주가 오를수록 커지는 기관 매도폭탄 이유는?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7.03.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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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매니저 "수익률 좋아도 환매해 달라는 펀드 투자자들 때문에 부담"

주가 오를수록 커지는 기관 매도폭탄 이유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매물이 쉬지 않고 나오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개선, 배당확대, 외국인 자금유입 등 전반적인 증시여건은 나쁘지 않으나, 주가가 오를수록 펀드환매가 많아져 기관들이 주식을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매 딜레마에 빠진 펀드매니저들도 울상이다. 올 들어 주가가 오르며 전반적인 수익률은 나쁘지 않지만 환매 요청이 쉼 없이 들어오니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주식을 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코스피 2100선 도달하자 쏟아지는 기관매물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올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총 4조1198억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4조6193억원 순매수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올 들어 증시가 강세를 보이며 과거 판매됐던 펀드의 손실폭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지난해 연말 판매된 펀드의 경우 큰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스1/사진=뉴스1
그는 이어 "그러나 수년 전 투자했던 펀드가 내내 손실을 입다가 최근 원금회복이 눈앞에 다가오자 환매요청을 하는 투자자들이 줄을 잇는다"며 "수익률을 책임지는 펀드 매니저 입장에선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마케팅 부서에서도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증시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국내 기관투자자"라는 오명을 받고 있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펀드투자자들에 있다는 얘기다.

펀드의 수익률은 올 들어 크게 개선됐다. 설정액 80억원인 미래에셋TIGER200IT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은 주식과 파생상품에 함께 투자하는데 1개월 수익률이 7.67%에 달하고 3개월 수익률은 28.71%에 달한다.

설정액 1508억원인 '삼성KODEX 증권주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 역시 3개월 수익률이 17.52%를 기록했다. 이 밖에 1개월로는 3% 안팎, 3개월로는 10% 이상을 기록한 펀드가 수두룩하다.

◇펀드 매니저 "환매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매도"

주식에만 투자하는 일반 주식형 펀드의 경우 KB자산운용의 성과가 좋은데, 연초 이후 수익률 1, 2위를 차지한 'KB그로스&밸류[주식5]'와 'KB광개토자(주식)C3클래스'는 5% 넘는 수익을 거뒀다.

수익률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이들 펀드도 환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형펀드에서는 올해 1월 1조3110억원이 순유출됐고 2월에도 7680억원이 빠져나갔다. 3월에도 상황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자산운용사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펀드환매가 시장 탄력을 억누른다는 점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닌데, 최근에는 "환매 방향성에 따라 시장이 큰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환매 요구가 들어온 펀드의 경우 포트폴리오에 있는 전체 주식을 동일한 비율로 내다 파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삼성전자를 비롯한 블루칩이 50% 있고 중형주가 20%, 소형주가 30% 있다면 블루칩 비중은 유지하고 중형주와 소형주를 팔아 환매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최근 부쩍 늘어난다.

◇'펀드환매→기관매도→중소형주 약세' 악순환 이어져

한 펀드 매니저는 "최소한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이 크기 때문에 코스피 지수와 연동되는 블루칩은 환매 대상에서 제외한다"며 "이러다 보니 중소형주로 매도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펀드 매니저는 "최근 수익률 상위 펀드의 경우 가뜩이나 삼성전자 비중이 높았다"며 "환매로 인해 다른 종목들이 매도되면서 삼성전자 비중이 추가로 올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귀뜸했다.

올 들어 일반 주식형 펀드는 대부분 플러스(+)가 났으나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중소형주 펀드는 현재 30여개가 있는데 올 들어 평균 수익률이 0.54%에 불과하고 1년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9.9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증시 강세가 이어지려면 '환매감소→펀드 매수 여력확충→주가상승'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반대방향으로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여건을 보면 올해 안에 코스피지수가 2200 이상으로 상승할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며 "그러나 코스피지수가 아무리 많이 올라도 펀드환매가 진정되기 전까지 중소형주의 시세는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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