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부터 진동·소음에 신경 쓴 집이 좋은 집이죠"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7.03.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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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구본수 대림산업 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구본수 대림산업 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구본수 대림산업 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광화문 D타워, 포시즌스호텔부터 통영 음악당, 평택 미군부대, e편한세상 등 전국 모든 단지 현장에 찾아가 진동·소음을 점검하죠. 때론 힘들지만 좋은 환경을 만들고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건축물 설계가 나오면 도면을 보고 이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과 진동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골조를 만들고 벽체와 천장, 바닥 등을 시공하는 과정에서 진동과 소음을 예측해 차단하는 일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건축물 소음·진동 컨트롤에서 소음차단 기술개발, 소리 디자인까지 연구소와 현장을 오가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대림산업 기술연구소의 구본수 책임연구원(사진·35)을 만났다.



소음·진동 전담파트는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데 비해 대형 건설사들도 일부에서만 연구인력을 운용할 정도로 '신생 분야'에 속한다. 특화된 기술을 개발해 품질을 높이면서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현장에 적용하는 게 주업무다.

특히 층간소음 관련 연구는 건설사들이 가장 공들이는 분야 중 하나다. 벽식구조로 짓는 국내 아파트의 경우 진동이 벽체를 타고 전달되기 때문에 층간소음에 취약하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대림산업은 바닥충격음을 완화해주는 60mm 바닥완충재를 개발해 전국 아파트 시공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구 책임연구원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세계 최초로 '포설형 바닥완충재'를 개발하는 연구에 참여 중이다.


그는 "층간소음을 차단하는 완충재는 현재 패드형으로 바닥 레벨 차이를 맞추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보완하는 '포설형 완충재'를 개발 중인데 소음 차단 성능은 물론 바닥을 평탄하게 맞출 수 있는 신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뿐 아니라 공사 예정 부지의 도로·철도 소음을 예측하고 방음벽을 설계하거나 대강당, 음악당, 무대 등의 음향성능 설계 관련 연구도 진행 중이다.

구 책임연구원은 "최근 5년간 전국에 짓는 모든 아파트 단지는 물론 호텔, 음악당 등 300여곳의 현장을 돌아다니며 진동·소음을 측정해왔다"며 "지하에 클럽이 있는 서울 글래드호텔논현이나 건물 아래 지하철이 지나는 광화문 D타워, 항공기가 날아다니는 영종도 공항 옆 H2호텔 현장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최대한 차단하는 게 능사인 진동·소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소리 디자인'을 아파트에 적용하는 참신한 시도도 해왔다.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공동현관문과 가구별 현관 벨소리에 'e편한세상'을 상징하는 로고송을 만들어 차별화한 것.

구 책임연구원은 "주로 소리를 없애는 업무를 해왔는데 작곡가와 협업해 소리를 디자인하는 '역발상'을 해 호평을 얻었다"며 "이런 시도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아파트에도 소리를 소리로 덮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기술이 적용되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진동·소음 분야는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파트"라며 "스스로 개발한 기술을 아파트 등 건축물에 적용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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