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격동의 한달'…휘청거리는 백악관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17.02.20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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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멜번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멜번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우선주의)'를 외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 한달을 맞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배타적인 정책들을 쏟아내며 정치, 외교, 경제 전반에 걸쳐 미국 내는 물론, 전세계에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미디어로부터 '불평사령관'이라는 평가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2월 국정 지지도가 39%를 기록, 역대 미국 대통령의 2월 지지율 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 벽 쌓는 트럼프에 잇단 반발='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이란, 이라크, 소말리아 등 7개 이슬람 국가 출신자의 입국과 비자발급을 최소 90일 동안 잠정 중단하는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해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을 분명히 드러냈다.



미국 법조계와 기업들은 즉각 반발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IT 기업들은 업계 우수 인력 다수가 해외 이민자와 중동 7개국 출신으로 구성된 탓에 인재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이민자 고용 비율이 높은 농업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농장연맹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은 미등록돼 있다. 노동자가 부족해지면 채소 등의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반이민 행정명령은 위헌 소송전에서 잇따라 패소하며 제동이 걸렸다. 워싱턴주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이 반 이민 행정명령은 위헌이라며 미국 전역에 대한 집행정지를 결정한 뒤, 재판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법원에서도 재판관 3명의 만장일치로 위헌판결을 받았다. 법원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전을 피하기 위해 이번 주 새로운 이민규제 행정명령을 발표할 예정이다.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설치도 이민자들을 막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 공약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멕시코인들을 범죄자로 비하하며 불법 이민자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다. 심지어 120억∼150억달러에 달하는 멕시코 장벽 비용을 멕시코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까지 겹치면서 결국 지난달 31일로 예정됐던 미국과 멕시코 정상회담은 결렬됐다. 멕시코 국민들은 대규모 트럼프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보호무역주의의 명암=트럼프 대통령은 NAFTA,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그동안 미국이 체결해 온 자유무역 협정을 줄줄이 뒤엎으면서 재협상에 나서고 있다. 수입품에 대해서는 무거운 국경세를 도입해 미국 내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심산이다. 미국 고용률 향상과 무역적자 축소가 목표다.

멕시코에 생산거점을 둔 자동차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미국 투자 계획을 앞다퉈 발표했다. 미국 빅3 자동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외에도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5년간 100억달러를, 현대· 기아차는 31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TPP는 미국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판단된다. TPP는 일본, 캐나다, 호주, 베트남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광역 자유무역협정으로, TPP 참여국들의 GDP는 전세계의 40%에 달한다. 그러나 TPP 내 GDP 비중이 60%인 미국이 시행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가 꼭 미국에 유리하다는 보장은 없다. 수입 비중이 절대적인 미국 소매업계도 국경세의 타격을 받는다. 로이터에 따르면 타깃, 베스트바이, JC페니, 갭, 월그린 등 8개 소매업체 CEO(최고경영자)들은 국경세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했다. 각 국가들의 무역 보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멕시코는 미국산 옥수수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다. 멕시코는 기존 미국산 농축수산품을 브라질 등 남미산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올리고 있는 중국도 미국의 국경세 도입 움직임에 미국 기업에 대한 벌금 부과와 반덤핑 조사 등 '맞불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마이클 플린 미국 백악관 NSC 보좌관이 지난 1월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만나기 위해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 도착하는 모습이다. 마이클 플린 보좌관은 13일 (현지시간)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내통 의혹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25일 만에 사퇴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이클 플린 미국 백악관 NSC 보좌관이 지난 1월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만나기 위해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 도착하는 모습이다. 마이클 플린 보좌관은 13일 (현지시간)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내통 의혹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25일 만에 사퇴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내각 구성 미완성…'러시아 스캔들' 시한폭탄까지=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커다란 정책들을 잇따라 내놨지만 행정부 구성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 그나마 상원에서 공화당이 52석으로 과점을 점하고 있어 박빙의 표 대결로 장관들의 인준을 밀어붙이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베시 디보스 교육장관은 가까스로 청문회 인준을 통과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톰 프라이스 보건장관, 스콧 프루잇 환경보호청(EPA)장도 턱걸이로 의회 문턱을 넘었다. 앤드루 퍼즈더 CKE레스토랑 CEO는 노동장관으로 내정됐으나 불법 가사도우미 고용 논란으로 15일 자진사퇴했다.

트럼프 행정부 취임 한달 만에 낙마한 사례도 있다.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접촉 논란으로 13일 사임했다. 플린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세르게이 키슬야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만나 미국의 대 러시아 제재 해제 등을 논의하고도 이를 숨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이번 의혹이 러시아 정보기관의 미국 대선 개입, 트럼프 대통령의 친 러시아 정책과 맞물려 '워터게이트' 사건에 버금가는, 폭발력 있는 '악재'로 보고 있다.
 18일 (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위대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반대하며 “이민자들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다” 행진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8일 (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위대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반대하며 “이민자들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다” 행진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정 혼란에도 증시는 사상 최고치=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반기는 곳은 증권시장이다. 다우존스산업지수, S&P(스탠다드앤푸어스)500지수, 나스닥지수 등 미국 3대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인프라 투자, 감세 정책, 금융규제 완화 기대감에 사상 최고치를 연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다우지수는 4.36%, S&P500지수는 5.02%, 나스닥지수는 8.46%가 올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데다 다음달에는 예산안을 제출해야 하는 만큼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재정 적자를 안고 있어 실제 대규모 투자나 감세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2016회계연도 재정적자는 587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2%에 달한다.



FXTM의 루크만 오투누가 리서치애널리스트는 "트럼프 효과로 증시가 계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재정 부양책이나 세제개편안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시장은 새로운 매도압력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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