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불출마… 귀국 20일만에 접은 대권 꿈

머니투데이 우경희, 박소연, 김민우, 이건희 기자 2017.02.0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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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음해·가짜뉴스에 정치교체 명분 실종, 보수의 소모품 될 수 없어"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불출마를 선언 한 후 자리를 뜨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대선출마 포기 입장을 밝혔다. 2017.2.1/뉴스1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불출마를 선언 한 후 자리를 뜨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대선출마 포기 입장을 밝혔다. 2017.2.1/뉴스1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해 본격 대권행보에 나선지 20일만이다.

반 전 총장은 "미력이나마 몸을 던지겠다는 일념으로 정치투신을 심각하게 고려해 왔다"며 "갈가리 찢어진 국론을 모아 국민 대통합을 이루고, 분권 혁신 정치를 이루려는 포부도 말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런 순수한 애국심은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뉴스로 인해 (훼손되고) 정치교체의 명분도 실종되면서 오히려 저와 가족, 10년간 봉직한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를 남겼다"며 "결국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실망했고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 판단했다"며 "오늘의 결정으로 그간 지지해준 국민과 조언자들, 가까운 많은 분들을 실망시켜 죄송하고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며 보수진영 유일의 대권후보로 분류됐다. 국내 정가와의 접점도 지속적으로 넓혔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제주포럼에서 사실상 대권출마를 공식화했다. 국정농단 파문이 터지고 보수세력이 벼랑끝에 몰리면서 반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감은 더 고조됐다.

그러나 귀국 후 행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뚜렷한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소한 실수들이 온갖 구설로 확대재생산됐다. 측근에 대한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고 캠프 운영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지지율 급락 속에 반 전 총장은 대권의 꿈을 접었다.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그는 마포 캠프 임시사무실로 돌아와 참모들에게 사과했다. 반 전 총장은 "순수하고 소박한 뜻을 갖고 시작했는데 너무 순수했던 것 같다"며 "정치인들은 보수의 소모품이 되라 했지만 보수만을 위해 일하라는 얘기는 양심상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에 보수진영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을 영입해 경선 '컨벤션 효과'를 얻으려던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너무나 큰 충격이라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역시 반 전 총장을 염두에 둔 '보수대통합' 전략을 세웠던 새누리당도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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