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이 아닌 '친구'의 외계인…'E.T'이후 35년만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7.02.01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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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무비] '컨택트'…물리학보다 언어학을 통해 외계인과 '소통'

'적'이 아닌 '친구'의 외계인…'E.T'이후 35년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450m 길이의 UFO(미확인 비행물체)인 쉘. 전 세계에 12개 쉘이 도처에 퍼지며 정착한다. 고래 같은 소리를 내는 외계 생명체가 18시간마다 입구를 열어 지구인의 방문을 ‘허락’한다.

경계의 눈초리를 접지 않은 지구인은 양동 작전을 쓴다. 한쪽에선 전투를 준비하고, 다른 한편에선 소통 창구를 마련한다. 소통을 위해 미국은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애덤스)와 물리학자 이안(제러미 레너)을 불러들인다. ‘고래 소리’를 해독하고,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일이 그들의 임무다.



영화 초반부터 긴장감이 엄습한다. 비행 물체가 정중동(靜中動)한 채, 동물적 소리만 발산하고 문을 열고 올라간 공간이 중력이 없는 우주 같은 신비로운 세계라는 사실이 발견될 때까지 살 떨리는 공포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신기술로 무장한 무차별 폭격이 쏟아질 것만 같다.

문어 형태의 외계 생명체가 내뱉는 알 수 없는 소리들이 파악될 때까지 공격은 일단 유보.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해결의 요체가 언어다.



전체적으로 SF(공상과학 소설)물인데, 영화는 물리학보다 언어학에 집중한다. 언어의 불 소통으로 얻는 피해보다 소통으로 갖게 될 이해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적'이 아닌 '친구'의 외계인…'E.T'이후 35년만
루이스는 유리벽 넘어 외계인 앞에서 진정한 소통의 길을 찾는다. 방사선 복을 풀어헤치고, 자신을 소개한 뒤 영어를 가르친다. 또 그들이 전하는 상형문자의 패턴을 분석해 그들의 ‘말’을 해석하려 애쓴다.

이 영화는 1982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E.T’ 이후 35년 만에 외계인을 적이 아닌 소통의 관계로 묘사한 보기 드문 작품이다. 외계인과 맞닥뜨릴 어느 순간에,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심도 있게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보다 ‘의미’에 초점을 맞췄다.


루이스는 외계인과의 소통 과정에서 희소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나보낸 딸 아이와의 기억을 소환해 소통의 원초적인 방식과 공유감을 느낀다. “너의 삶 너머 또 다른 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루이스의 설명처럼, 소통은 시간의 가역성을 배반하지 않는 가치라는 점을 역설한다.

영화 제목은 1997년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영화 ‘콘택트’와 동명이지만, 다른 내용이다. 원래 제목은 ‘어라이벌’(Arrival, 도착)인데, 소통을 주제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국내에선 ‘컨택트’로 바뀌었다.

오는 26일 열리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컨택트’는 작품상, 감독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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