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은 실체보다 비유로 더 익숙한 단어다. 대다수의 사람에게 우주는 여전히 신비로우면서 '무지'(無知)의 공간이기 때문. 태양을 중심으로 타원궤도를 도는 혜성은 이 '무지' 때문에 한때 불운과 흉조의 상징이기도 했다.
혜성의 실체가 드러난 건 티코 브라헤와 영국의 에드먼드 핼리를 필두로 한 천문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 덕이다. 그들은 혜성도 태양계를 구성하는 천체의 일종이며 태양과 행성들이 처음 만들어질 때 물질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초기 태양계의 역사를 보여주는 '화석'과 같은 존재임을 입증했다.
사이언스북스의 '혜성'은 지난해 12월, 그의 사후 20주기를 기념해 초판본을 새롭게 번역해 출간됐다. '혜성'은 '코스모스', '창백한 푸른 점'과 함께 그의 '코스모스 3부작'을 구성한다. 그를 세계적인 과학자로 만들어준 다큐멘터리 '코스모스' 제작과정에서 친해진 그의 세 번째 부인 앤 드루얀과 첫 번째 공저기도 하다.
혜성의 생성과 소멸을 태양계의 진화와 관련해 설명한 2부는 비전공자들에게 쉬이 책장이 넘어가진 않는 부분이다. 그는 혜성의 고향인 '오르트 구름'의 형성과정, 혜성의 생물학적 역할부터 혜성의 충돌과 지구의 멸종까지 폭넓게 설명한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혜성과 미래'를 다룬 3부다. 본격 우주탐사 시대가 도래한 오늘날, 그는 혜성의 가치와 의의를 논한다. 나사(NASA) 등과 긴밀하게 협력해 온 그는 핼리 혜성의 탐사계획이 어땠는지, 혜성이 우주 식민지 건설을 위한 전진 기지가 될 수 있는지, 혜성에서 자원을 추출할 수 있는지 내다본다. 쇠락해가는 지구에서의 탈출과 우주 식민지 건설, 부성애를 녹여내 흥행한 할리우드 영화 '인터스텔라'의 아버지쯤 된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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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은 커다란 시계와도 같아서 수십 년 간격으로 혹은 수억 년 간격으로 매번 근일점(태양 주변을 도는 천체가 태양과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을 지날 때마다 우리에게 뉴턴식 우주의 조화와 아름다움을, 그리고 시공간에 있어서 우리 존재의 왜소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는 그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책임과 사명을 가질 것"을 당부하며 끝을 맺는다.
이번 양장본에는 350컷에 이르는 사진과 삽화가 풍부하게 실린 것도 장점. 특히 '코스모스' 예술가 존 롬버그의 걸작 삽화를 만날 수 있다. 뛰어난 저술가로서 유려한 그의 문장을 통해 그의 상상력과 통찰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광대한 우주를 티끌만큼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
최근 3월 '엔케' 혜성이 태양과 가까워진다는 발표가 나왔다. 당장 다음 달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전국 어디서나 천체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다. "혜성은 수많은 세계에 생명의 씨앗을 전해 준 우주의 요정"이라는 세이건과 함께 혜성의 꼬리를 쫓아보는 것은 어떨까.
◇혜성=칼 세이건, 앤 드루얀 지음. 김혜원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488쪽/4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