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각 인선 논란, 상원 인준까지 '험로' 예고

머니투데이 이종희 선거연수원 교수 2017.01.0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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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희 정치살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세계적인 관심 속에 내각 인선을 거의 마무리하여 차기 미국 정부의 윤곽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유세 기간 내내 반(反)기성 정치를 표방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공직 경험이 없는 '아웃사이더', 월가 출신의 금융인들, '초갑부(Gazillionaires)', 군 장성을 역임한 인사들을 차기 내각에 대거 포진시켰다.
▲트럼프 정부의 차기 내각 구성 현황(2016년 12월 30일 기준)/박소엽 그래픽▲트럼프 정부의 차기 내각 구성 현황(2016년 12월 30일 기준)/박소엽 그래픽


◇금융·기업인 출신 초갑부(Gazillionaire) 득세

내각 인선 과정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인물은 엑손 모빌 CEO를 역임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이다. 그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우정훈장'을 받았을 정도로 친(親)러시아 성향을 띠고 있어, 향후 미국의 외교정책 방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트럼프 내각의 경제 분야 요직에 대거 임명된 월가 출신 인사도 큰 화제이다. 골드만삭스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 게리 콘은 미국 경제 정책을 총괄·지휘하는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내정되었다. 마찬가지로 골드만삭스 파트너 출신인 스티븐 무느신 '듄 캐피털 매니지먼트' 설립자는 재무장관에 내정되었다. 무느신 내정자는 트럼프의 감세공약 이행 과제와 위안화 절상 압박 과제 등을 안고 있다.



상무장관으로 지명된 윌버 로스는 골드만삭스 출신은 아니나 사모펀드 '윌버로스앤컴퍼니'를 운영하며 29억 달러(3.4조 원)에 달하는 재산을 소유한 재력가이다. 로스 내정자는 자유무역 지지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따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은 무역협상에서도 변화가 예측된다.

그 외에도 자산 규모가 10억 달러를 넘기는 내정자 인선이 계속되었는데, 교육활동가 출신의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 내정자는 암웨이 상속자인 딕 디보스를 남편으로 두었으며, 상속 완료 시 이들 부부의 재산은 51억 달러(6.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프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공동창업자이자 14억 달러(1.7조 원) 자산가인 린다 맥마흔 중소기업청장 내정자도 있다. 한편,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 내정자 역시 기업인 출신으로, 패스트푸드 체인 'CKE'의 CEO이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최저임금정책에 반대를 표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된 금융·기업인 출신 내정자들은 모두 공식적으로 공직 경험이 없다.(1)



▲초갑부 월가 출신의 내정인/박소엽 그래픽▲초갑부 월가 출신의 내정인/박소엽 그래픽
◇강경파 아웃사이더·장성 출신의 내정자들, 전시 내각 방불

미국의 차기 내각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기간 동안 공약했던 이란 핵 협상 재협상과 남부 국경 강화를 주장하는 강경파 장성 출신이 대거 포진될 예정이다. 먼저, 걸프전과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에 참전하며 전투지휘관으로서 명성을 쌓은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 사령관이 국방장관에 지명되었다. 장성 출신 국방장관 내정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육군 참모총장을 맡았던 조지 마셜 이후 60년만이다. 국토안보부 장관 역시 장성 출신인 존 켈리 남부군 사령관이 낙점되었다. 켈리의 지명에 따라 향후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이민정책이 예측되고 있다. 두 장관 후보 모두 공식적인 공직경험은 없다.

국가 안보 정책과 관련하여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최고국방회의인 국가안보회의(NCS) 사무총장으로는 키스 켈로그 예비역 중장이 지명되었다.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에는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이 낙점되었는데, 군 출신인 플린 내정자는 힐러리 클린턴을 겨냥한 '가짜 뉴스' 배포 의혹에 연루되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대북 정책과 관련하여, 제재국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지지 여성 인사들이 국가안보회의 고위직에 잇달아 내정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21일 ‘국가무역위원회(NTC)'를 백악관 내에 신설하고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 주립대 어바인 분교 교수를 책임자로 지명했다. 강경한 대중 정책을 주장하는 나바로 내정인은 미·중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다룬 책을 집필하였고, 트럼프 당선인의 대중정책에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4대 주요 보직 내정자/박소엽 그래픽▲4대 주요 보직 내정자/박소엽 그래픽
◇4대 주요 보직 (국무·국방·법무·재무장관)이 모두 백인 남성
트럼프 내각 내정자들 중 '백인 남성'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4대 주요 보직으로 꼽히는 국무·국방·법무·재무장관직이 모두 백인 남성으로만 채워진 것은 1989년 이후 처음이다. 전체 내각 내정자 중 '백인 남성'의 비율이 두드러진다. 남성 비율과 백인 비율이 각각 65%와 52%였던 2008년 오바마 당선 당시 내각 구성에 비해 현재 트럼프 내각 구성은 남성 비율이 78%, 백인 비율은 83%에 달한다.(2)



현재까지 알려진 내각 내정자 가운데 흑인은 벤 카슨 주택장관 내정자 1명 뿐이며, 히스패닉은 한 명도 없다. 장관 내정자 중 여성은 2명으로, 대만계 일레인 차오 전 노동장관이 교통장관에 내정되었고, 벳시 디보스 교육 운동가가 교육장관에 내정되었다. 그 외 장관급 여성으로는 인도계 이민 2세 여성인 니키 할리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가 UN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되었으며 마찬가지로 여성인 린다 맥마흔이 중소기업청장으로 지명되었다.
▲군 장성 출신 내정인/박소엽 그래픽▲군 장성 출신 내정인/박소엽 그래픽
◇오바마 정부 에너지·환경정책 뒤집히나

트럼프 당선인은 기존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왔던 에너지·환경 정책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내정자 인선에서도 드러났다. 스콧 프루이트 환경보호청장 내정자는 과거 환경보호청의 탄소규제 정책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을 이끈 적이 있으며, 기존의 기후변화협정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연방 토지와 수자원의 개발을 관장할 라이언 징크 내무장관 내정자 역시 기후변화협정 회의론자이며 오바마 정부가 환경 파괴를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던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지지하고 있다.



또한,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규제에 회의적인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에너지장관에 내정되었다. 이들 외에도 미국의 환경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인선이 트럼프 내각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는데, 가디언지는 트럼프 내각에서 제임스 매티스, 벤 카슨, 마이클 플린 내정자 등을 기존의 기후변화협정에 대한 대표적인 부정론자로 꼽으면서 '기후변화협정 회의론'을 트럼프 내각의 특징 중 하나로 분석했다.(3)
▲오바마와 트럼프 내각 비교표▲오바마와 트럼프 내각 비교표
◇논란의 인선, 상원 인준까지 '험로' 예고

트럼프 내각의 주요 인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걸린 기간은 약 3주로 전 행정부보다 다소 짧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내정자의 경력과 재산 상황 등을 검증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 제기되고 있다. 상원의원들은 인준청문회 모든 대상자들에게 3년간의 소득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4) 공화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으나, 이는 내년 인준청문회의 내홍을 예고하는 움직임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폴리티코는 특히 공직경험이 전혀 없는 국무장관 내정자 틸러슨에 주목하며 공화당 52명과 민주당 48명으로 구성된 상원에서 민주당 전원이 반대하고 공화당 이탈표가 3표 이상 나온다면 틸러슨 인준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5) 반(反)틸러슨 성향의 공화당 의원으로는 매케인, 그레이엄, 루비오 의원이 대표적이며, 이들은 틸러슨 내정자의 경험 부족과 친(親)러시아 성향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퓨 리서치 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내각 인선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40%로 비슷한 시기에 조사된 클린턴(64%), 부시(58%), 오바마(71%) 내각 인선에 대한 지지율보다 크게 낮았다.(6)



< 글: 이종희 교수 >
< 그래픽: 박소엽 >

<참고 자료>
(1) https://www.bloomberg.com/graphics/2016-trump-cabinet/
(2)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16/dec/15/trump-cabinet-climate-change-deniers
(3)
http://www.washingtontimes.com/news/2016/dec/1/senate-democrats-want-extra-scrutiny-trump-cabinet/
(4) http://www.washingtontimes.com/news/2016/dec/1/senate-democrats-want-extra-scrutiny-trump-cabinet/
(5)
http://www.people-press.org/2016/12/08/1-views-of-president-elect-trump-and-his-administration/
(6) http://www.politico.com/story/2016/12/five-roadblocks-that-may-trip-up-tillerson-23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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