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나오면 그만인 청문회… 미국에선 왜 안될까?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2016.12.1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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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랴ZOOM] 불출석·위증 등 막는 제도 갖춰… '사전신문권'으로 시간 낭비도 줄여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안 나오면 그만인 청문회… 미국에선 왜 안될까?
초대된 손님(?)은 오지 않았다. 국회에서 4차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에 의한 국정농단 국정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불참한 증인은 총 29명. 최순실씨, 정윤회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핵심 증인들이 대거 불참했다.

국조 내용도 부실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조사 내용조차 숙지하지 못한 의원들도 있었고, 불필요한 질문으로 국조 시간을 허비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출석한 증인들은 국정조사를 지켜본 국민들의 '암 유발자'를 자처했다. 이들은 '모른다', '죄송하다' 등의 말만 반복하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한 장소에 있었던 증인들의 말이 엇갈리는 경우도 많았다.

일각에선 준비가 미비하고 강제성이 없다보니 국조가 마치 내용없이 재미만 추구한 '흥행만 한 삼류 영화' 같다는 혹평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보다 내실있는 국조가 되기 위해선 제도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가장 많이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은 미국의 국정조사(청문회)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증인이 무책임하게 불출석하거나 거짓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의회는 증인이 불출석하거나 출석해 불성실하게 답변할 경우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다. 의회가 자체적으로 모욕죄로 판단하면 증인을 국회 내 법정에 세우거나 감옥에 구금할 수 있다. 하지만 의회의 이 권한은 지난 80년간 쓰이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려 비효율적이기도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인이 의회가 요청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거나 출석하고도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으면 형사법을 근거로 고발할 수 있고 벌금 1000달러(약 120만원)나 징역 1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법원에 요청해 법원이 증인 출석이나 자료 강제 제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명령에 불응하면 강제로 동행시키거나 처벌받을 수 있다. 사실상 증인들의 불출석 여지가 많지 않은 것이다.


위증을 하면 처벌이 더 강하다.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 밝혀지면 의회의 의결을 통해 기소가 가능하다. 조사 결과 거짓 증언임이 인정되면 1만달러(약 1200만원) 이하의 벌금과 5년 이하의 구금형이 집행될 수 있다.

법무법인 도담의 김익태 미국 변호사는 "미국의 국정조사 시스템은 법원의 절차와 체계를 많이 반영했다"며 "스스로 강제할 수 있고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증인들이 청문회나 국정조사 참여율이 높은 이유는 국회를 모욕한 증인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서이기도 하지만 의회 직원들에게 직권으로 사전신문권이 부여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의회의 국정조사는 지정된 날짜에만 진행되지 않는다. 의회 직원들은 사전신문권을 통해 증인들을 미리 조사할 수 있다. 청문회 준비단계에서 증인을 신문하고 증언과 관련된 증거를 미리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로써 장시간 진행되는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반복된 질문을 막고 불필요한 증인은 거를 수 있다. 또한 비공개 신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증인들이 보다 진솔한 증언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김 변호사는 "사전 신문 자체도 선서를 하고 하는 증언이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있고, 사전 신문을 조합해 국정조사의 전략이나 방향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제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전 신문에서 증언을 거부할 경우엔 증인의 증언을 위해 면책특권을 쓰기도 한다. 미국 헌법에는 거짓 증언이 아닌 한 증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경우 증언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의회에서 증인의 증언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법원에 면책특권을 요구한다. 의회에서 증인이 유죄임을 밝힌 증언이 나와도 검찰 수사나 법원의 판결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전제 하에 증언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증인들은 청문회에서 자신이 고용한 변호사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미국 의회의 정책지원기구도 지원이 가능하다. 각종 기구에서 국정조사 자료 분석과 신문 계획을 만들어 의원들을 보조한다. 상하원에 법무관실을 두고 국정조사 도중에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를 조언하거나, 의회모욕죄, 위증죄에 대한 고발을 대리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미국 국정조사는 1800년대부터 국정조사가 진행돼 역사가 깊은 만큼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반영해 온 결과"라며 "우리나라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효율적인 방안을 점차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국정조사는 형사 판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진상규명의 자리인 만큼 현재의 국정조사를 회의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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