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 /사진=뉴스1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로 어수선한 시국을 맞아 조직 안정차원에서 인사를 서둘렀다는 입장이지만 현 정부의 ‘인사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은인사를 서둘렀다는 비판이 경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치안정감 3명과 치안감 6명 승진인사 이후 1주일만이다. 경무관 승진인사 기준으로는 예년보다 10여일 빠르다. 지난해 경무관 승진 내정은 12월23일, 2014년은 12월17일 단행했다.
이례적인 조기 인사에 대해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포기할 사람은 포기하고 내년을 기약하는 등 조직을 빨리 안정시키는 게 좋다"며 "평소보다 경찰의 일이 많고 어려운 시국인데 인사라도 빨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어수선한 정국과 경찰의 업무부담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현 정권의 인사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은인사를 서두른다'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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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가 친박 정치인 서병수 부산시장의 동생인 서범수 신임 경찰대학장(치안정감) 인사다. 치안정감·치안감 인사도 예년보다 사흘가량 빠른 데다 차기 경찰청장 후보인 치안정감에 서 학장을 지명한 게 친박 인사에 대한 보은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상 현재 경찰청장은 이번 정권의 '순장조'(정권의 임기 만료와 함께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것)를 자처한 상황이다. 그만큼 정권의 의지를 관철하는데 사활을 걸었다는 얘기다.
이철성 청장은 취임 직후 "정부가 바뀌면 (경찰청장도) 다음 분이 하는 게 맞다"고 말해 박근혜 정부의 '순장조'임을 천명했다. 이 청장은 이날 경무관 전보인사에서 유현철 광주지방청 2부장(경무관)을 핵심 참모인 경찰청 대변인에 내정했다.
유 경무관은 이 청장이 입학한 수원 유신고 1년 후배다. 유 경무관은 간부후보 35기(1987년 입직)로 37기인 이 청장의 간부후보 2년 선배이기도 하다.
이날 인사에 대해 이 청장은 "야당의 비판이 예상되는 후보를 제외하고 저와 출신지가 겹치는 후보를 제외해 서범수 학장을 치안정감에 임명했다"며 "인사에는 출신지와 입직 경로 등을 안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의 얼굴이자 유력 승진 후보인 본청 대변인에 고등학교 후배를 등용한 것은 균형 인사와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