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인기 女경제앵커, 회계학 박사 되려는 까닭은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조성은 인턴기자 2016.11.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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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 인터뷰]박소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간판 앵커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가 금융계와 산업계, 정계와 학계 등의 관심 있는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박소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앵커/사진=홍봉진 기자 박소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앵커/사진=홍봉진 기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육박하고 있습니다...일자리 창출, 그리고 대출이자를 경감해주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나오질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가 닥칠지도 모르는 기로에 서 있는 오늘입니다. 경제플랫폼, 이슈플러스 시작합니다.”

앵커의 수명이 짧고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 미디어환경 속에서 8년째 한 자리를 지켜온 여성 경제앵커가 있다. 안정적이고 노련하게 증시와 경제뉴스를 전달하는 머니투데이방송 MTN의 박소현 앵커(34)가 그 주인공이다.



MTN의 간판앵커인 그녀는 증시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생방송 뉴스를 진행하며 경제·금융·증권·산업·부동산 각 분야의 최신 핫이슈를 발 빠르게 전하고 있다.

오전 11시 그녀가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뉴스는 시작부터 남다르다. 앵커가 데스크에 앉아서 정적으로 시작하는 여타 뉴스 프로그램과 달리 박 앵커는 뉴스룸 한가운데 서서 오프닝 멘트를 날린다. 그녀의 당당한 자세는 뉴스에 긴장감과 진지함을 더하면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하루 평균 8조원이 넘는 주식 거래대금이 오가고 10억주가 넘는 주식이 매일 손바꿈이 일어나는 여의도 증권가는 시시각각 터지는 뉴스와 쏟아지는 정보에 금리와 환율이 요동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는 망망대해와 같은 곳이다.

여기서 경제방송은 주식과 채권투자자들에게 나침반과 같은 존재다. 경제방송에서는 경제에 해박한 전문가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시청자들에겐 주식에 대한 명쾌하고 쉬운 이해를 돕는 앵커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주식투자자 500만명 시대, 다양한 경제채널이 있고 수많은 앵커들이 있지만 그녀는 그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이다.


◇8년차 베테랑 경제전문앵커

"솔직히 우리나라 방송가에 자신의 인기를 이용해 신분상승(결혼)이나 개인적 출세를 꾀하려는 풍토가 없지는 않습니다.”

박 앵커는 8년차 베테랑 경제앵커다. 생존경쟁이 격심한 여의도 증권가에서 수년째 인기 경제앵커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우리나라의 녹록지 않은 미디어환경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미국의 경우 '주디 우드러프', '폴라 잔', '바바라 월터스', '마리아 바르티로마', '그웬 아이필' 등 유명 여성앵커들을 낯설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녀들은 자신만의 실력을 검증받아 오래도록 시청자와의 소통을 이어갔다. 경륜이 쌓인 앵커가 자기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뉴스는 곧 ‘브랜드’가 되고, 시청자는 앵커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정은 180도 다르다. 10년 이상 한 자리를 지킨 여성앵커는 거의 전무하며 20대 중후반, 30대 초반 한창 때 반짝 활동하다 방송에서 종적을 감추는 이들이 많다.

왕성하게 활동하다가도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며 은퇴를 선언하곤 한다. 우리나에서 나이 든 여성앵커가 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는 모습은 익숙치 않은 풍경이다.

◇회계학 박사 학위에 도전

"단순히 대본만 숙지해서는 절대 호소력 있는 방송을 할 수가 없어요. 시청자들은 다 알아요. 앵커가 내용을 알고 전달하는 건지 그냥 외워 읊는 건지를요."

박 앵커는 20대 후반인 2008년 MTN 공채 1기 앵커로 입사해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현재는 경제방송 시청자 뿐만 아니라 웬만한 주식투자자라면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경제전문앵커가 됐다.

지금은 몸에 꼭 맞는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방송을 능숙하게 이끌어가는 그녀에게도 생소하고 어려운 경제용어 투성이인 원고가 낯설게만 느껴지던 신인시절이 있었다.

물론 시간이 감에 따라 자연스레 익숙해지고 자신감도 쌓였지만, 뭔가 2%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로 안주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그녀는 그 때부터 남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경쟁력을 찾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정한 목표가 바로 회계학 박사 학위.

대개 방송앵커들은 미디어 관련 전공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보통인데 박 앵커는 특이하게 회계학을 선택했다. 경영학 중에서도 회계학은 전문적인 성격이 강한 분야로, 회계학 박사과정은 일반적으로 공인회계사가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진학하거나 교수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밟는 코스다. 게다가 그녀의 학부 전공은 회계학과 전혀 관련없는 건축학이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부단히 노력해야죠. 불안정하고 경쟁이 치열한 방송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만의 경쟁력이 없이는 불가능해요.”

회계학 공부도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일환으로 시작했다. 방송도 공부도 그 어느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회계분야에 문외한이었던 그녀는 말 그대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데다 방송까지 병행해야 했기에 남들보다 두 세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이왕 시작한 일 결실을 맺어보자 다짐한 그녀는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쓰고 친구도 못 만나고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줄곧 몇 년을 그렇게 일과 공부에만 매달렸다. 이제 박 앵커는 중앙대 회계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학위논문만 남겨 놓은 상태다.

◇10년 후의 모습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여전히 경제방송을 진행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회계학 교수로서의 미래도 잠깐 꿈꿔 봤다고 털어 놓은 그녀. 그러나 지금은 경제앵커라는 직업을 ‘천직’이라 생각한다고 활짝 웃으며 답했다.

박 앵커에게 방송은 힐링이고 삶 그 자체다. 그녀는 원래 수줍음이 많고 남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로 소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한 번 해보자’는 결심이 서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상황을 헤쳐 나가는 두둑한 배짱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 배짱 덕에 방송앵커로 데뷔할 수 있었다.

8년째 같은 뉴스룸에서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녀 역시 생방송을 앞두고는 매번 긴장되고 떨린다. 하지만 뉴스룸 전체를 감도는 그 긴장감이야말로 그녀가 방송을 포기할 수 없는 진짜 이유다. 그녀는 긴장감 속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다. 생방송의 스릴을 즐길 줄 아는 그녀는 진정한 프로 앵커다.

"역량과 내실을 키워서 경제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가치를 더해가는 명품처럼 말이에요. 그런 여성들이 한 두명씩 나와 사회의 중역이 되면 우리사회의 두터운 유리장벽도 뚫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박 앵커는 열과 성을 다해 배운 회계학 지식이 언젠가 방송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 굳게 믿는다. 그리고 기회가 되는 한 앞으로도 계속 카메라 앞에서 시청자와 소통하고 싶어 한다. 방송하는 순간이 가장 그녀답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경제앵커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 없이 자신을 담금질하는 박 앵커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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