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 타임워너 인수..통신·미디어업계 지각변동 예고

머니투데이 최광 기자 2016.10.2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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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자금 마련·규제당국 승인이 관건

미국 통신기업들이 콘텐츠업체 인수를 통한 사업 확장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미국 1위 통신사업자 버라이즌이 48억3000만 달러(약 5조5000억원)에 야후를 인수키로 한데 이어 2위 사업자 AT&T도 미디어 공룡 타임워너를 854억 달러(약 97조원)에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시가총액 3000억 달러(AT&T 2260억 달러, 타임워너 72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통신·미디어 기업이 탄생하는 셈이다.

◇5G 시대 개막 목전, 콘텐츠 강화 절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 개막을 앞두고 가입자당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고품질 동영상 콘텐츠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미 AT&T는 위성 방송사업자 디렉TV를 485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2014년에는 체르닌 그룹과 미디어 사업에 투자하는 오터 미디어를 공동 설립했다.

타임워너는 영화제작(타임워너), 케이블TV 방송콘텐츠 제작(HBO, 카툰네트워크), 뉴스 콘텐츠(CNN) 등을 거느린 미디어 공룡이다. 비디오 스트리밍 회사인 훌루 지분도 10% 갖고 있다. 보유한 콘텐츠도 배트맨과 해리포터 시리즈, 왕좌의 게임 등 다양하다.



이번 인수도 모바일 시대를 맞아 콘텐츠를 내보낼 네트워크가 필요한 타임워너와 고품질 네트워크에 얹을 콘텐츠가 필요한 AT&T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평가다.

◇인수자금 마련·규제당국 승인이 관건

AT&T의 타임워너 인수는 올해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M&A) 사례 중 가장 큰 규모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인수에 필요한 자금확보가 이뤄져야 하는 데다, 규제 당국의 엄격한 승인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AT&T는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절반은 현금, 나머지 절반은 주식으로 지불할 예정이다. 하지만 타임워너의 부채까지 포함하면 AT&T가 지불해야 할 금액은 총 1087억 달러까지 늘어난다.

AT&T가 보유한 현금은 72억 달러 수준이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추가 대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1200억 달러에 이르는 부채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도 만만치 않다. 경쟁업체들의 반발과 독과점을 우려한 여론에 밀려 경쟁 당국이 불허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서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도 이날 펜실베이니아 주 게티즈버그 유세에서 AT&T의 타임워너 인수에 대해 "미디어 공룡이 탄생은 일부 소수 업체들에 너무 많은 권력을 실어주게 될 것"이라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미디어 합병 전 세계적 추세

이같은 통신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의 합종연횡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버라이즌은 지난해 허핑턴 포스트, 테크크런치, 엔가젯 등 다양한 미디어를 보유한 AOL을 44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야후와 48억3000만 달러에 인수계약을 맺으며 멀티미디어 콘텐츠 및 온라인 광고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멀티채널 네트워크 서비스(MCN) '어썸TV'도 인수했다.

유럽에서는 2014년 스페인 통신기업 텔레포니카가 위성방송사 카날플러스를 인수했으며, 같은 해 프랑스에서는 케이블 1위 사업자 뉴메리케이블이 2위 통신기업 SFR을 인수키도 했다.

일본에서도 1위 통신사업자 NTT도코모가 지난 2012년부터 '스마트라이프 파트너'를 천명하고 미디어 콘텐츠, 커머스, 헬스케어 관련 기업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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