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음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들어 ‘원래 음원과 유사하다’는 뜻의 하이파이(Hi-Fi) 음원 등 고음질 음원을 찾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고음질 음원의 대중화가 본격화된 모습이다. 스트리밍서비스 업체들이 고품질 음원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오디오 업체들도 이러한 음원을 재생하는 디바이스를 잇따라 출시하며 이용자들의 오감을 만족시켜주기 바쁘다.
고음질 음원은 우리가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용으로 많이 쓰이는 MP3 음원과 비교해 여러 면에서 차이가 확연하다. 데이터의 양은 MQS가 MP3 파일에 비해 약 6.5배 많고 음원 용량도 MQS(138MB)가 MP3(10MB)보다 10배 이상 크다. 데이터를 담는 용기를 의미하는 비트(Bit)를 기준으로 했을 때 MP3와 CD가 16비트, MQS가 24비트 수준이다. 비트 숫자가 높을수록 정보량이 많고, 음에 대한 정보를 많이 담을수록 음질에 대한 풍부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고음질 음원 가격은 MP3 음원에 비해 1.5~3배 정도 비싼 편이다. 국내 음원 사이트 벅스에서 MP3는 곡당 평균 600원, 플락(FLAC·16비트 기준)은 900원에 제공되고 있다. 무손실 압축포맷인 플락은 음질 손실이 거의 없는데다 오픈소스라 여러 프로그램에서 호환돼 인기가 높은 고음질 음원을 꼽힌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국내 고음질 음원 시장은 최근 1~2년 전부터 탄력을 받고 있다. MP3 파일 형식의 디지털 음원 소비가 확산되던 초기 전문적인 플레이어가 인기를 얻다가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위축되는 성향을 보였다. 그러던 중 스마트폰의 오디오 스펙이 점차 높아지자 고음질 음원 파일과 기기에 대한 수요가 몰리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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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질 음원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과 일본업체 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4년 4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서 “고품질 음악플레이어는 고가임에도 불구 일본, 한국 유럽 등 음악 애호가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고사양 음원플레이어는 수요층이 다소 제한적이나 점진적인 소비가 많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멜론·벅스·지니 뮤직·엠넷 등 국내 음원 업체 ‘빅4’는 2013년부터 플락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휴대폰에 다운받지 않아도 고음질 음원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즐길 수 있다. 이들 업체의 플락 음원 수는 전체 음원 4분의 1 수준인 1000만 곡에 달한다. 국내에서 고음질 음원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벅스는 11월 현재 850만 곡을 플락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수요에 맞춰 고음질 음향기기도 빠른 속도로 출시되고 있다. 국내 업체 아이리버는 2012년 10월 ‘고음질 음원 재생기 ‘아스텔앤컨’ 시리즈를 출시했는데 70만∼400만 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다. 아스텔앤컨은 최대 32비트, 384kHz의 고음질 음원을 재생한다. 최근 출시한 MP3 플레이어 ‘E700’은 MP3, OGG, WMA 파일 포맷은 물론 24비트 고음질 음원 파일인 FLAC, APE등의 음원 재생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니가 개발한 HRA는 일본 오디오 소사이어티에서 공식 인증을 받은 고음질 음원 규격이다. 현재 오디오, 헤드폰, 워크맨, 스피커 등 자체 생산하는 대부분의 디바이스에서 HRA를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 리핑(컴퓨터가 읽을 수 있도록 바꾸는 과정) 기능을 통해 LP레코드의 아날로그 음악을 원음에 가까운 HRA 음원으로 저장하는 레코딩 턴테이블 ‘PS-HX500’은 소니가 1999년 선보인 고해상도 음악 포맷인 DSD파일로 음원을 기록해 풍부한 음질을 제공한다. 이달 출시한 플래그십 오디오 라인업 ’시그니처 시리즈‘(헤드폰·워크맨·헤드폰 앰프)도 고해상도 음원을 지원한다.
음원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 만해도 국내 음악 시장은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했지만 음원 업체의 노력과 이용자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해외처럼 국내 고음질 시장도 대중화 단계에 들어서면서 고음질 음원 전용 서비스와 디바이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