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에서 크림치즈 맛이?…괴식 아니고 별식입니다"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16.10.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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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전통주업계의 이단아' 박종욱 국순당연구소 선임연구원

"막걸리에서 크림치즈 맛이?…괴식 아니고 별식입니다"


"막걸리에 왜 크림치즈를 넣었냐구요? 젊은 친구들이 막걸리에 대해 갖고 있는 거부감을 줄이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맛이 날까'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싶었습니다."

6일 경기 성남시 국순당연구소에서 만난 박종욱 국순당연구소 선임연구원(38·사진)은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른바 '괴식'으로 통하며 화제를 뿌리고 있는 '국순당 (5,450원 ▲50 +0.93%) 쌀 크림치즈'를 개발한 장본인이다.



국순당 쌀 크림치즈는 생쌀발효법으로 빚은 막걸리에 크림치즈를 첨가한 신개념 술이다. 한 모금 마시면 입안 가득히 크림치즈향이 퍼지며 형용키 힘든 독특한 풍미가 느껴진다. 지난달 출시한 후 소비자 사이에서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맛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작인 '국순당 쌀 바나나'나 '국순당 쌀 복숭아' 등과 같은 과일 맛에 비해 보다 극단으로 치달은 느낌이다. 박 선임연구원이 전통주 업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이유다.



박 선임연구원은 "막걸리와 치즈가 발효식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에서 출발했다"며 "분명 생소한 맛이고 이상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관심을 불러모으는 것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국순당 쌀 시리즈는 몇 년 전부터 침체를 겪고 있는 막걸리 시장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기도 하다.

박 선임연구원은 "홍대나 강남의 막걸리 전문점을 중심으로 과일, 치즈 등 다양한 맛의 막걸리가 판매되고 있었고 대중적인 제품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소주, 맥주 등에 밀려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막걸리에 대한 관심을 불러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막걸리 대중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그가 개발한 국순당 쌀 시리즈의 경우 제조 방식상 분명 막걸리지만 현행 주세법 규정에 따르면 기타주류다. 기타주류 막걸리(탁주)에 맛과 향을 첨가하려면 농산물 원액만 가능해서다. 쌀 바나나와 쌀 복숭아 역시 마찬가지다. 제품명에 막걸리라는 표현을 할 수 없다. 세율도 일반 막걸리(5%)보다 6배 높은 30%에 달한다.

유통단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탁주와 약주 등 전통주는 '특정주류도매업체'를 통해 유통되지만 기타주류는 '종합주류도매업체'를 통해야 한다. 국순당과 거래를 이어왔던 특정주류도매업체들은 국순당 쌀 시리즈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취급할 수 없다. 반면 종합주류도매업체에서는 평소 거래가 없던 국순당 제품을 받아주지 않았다.

박 선임연구원은 "쌀 바나나의 경우 한창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워지는 상황에서 주세법상 분류 탓에 제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어려움이 있었다"며 "분명 쌀과 누룩을 전통방식으로 발효시킨 막걸리지만 과일이나 크림치즈 맛을 첨가했다고 기타주류로 분류해 차별하는 건 막걸리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순당연구소에서는 김치, 된장 등과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인 막걸리에 들어있는 효모균과 각종 유산균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유명 프로바이오틱스 전문회사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박 선임연구원이 국순당에 합류하게 된 것도 사실 막걸리 유산균 때문이다.

박 선임연구원은 "살균 처리하지 않은 생막걸리에는 효모균을 비롯해 몸에 유익한 각종 유산균이 풍부하게 살아있다"며 "단순히 막걸리라는 술을 제조하는 것을 넘어 막걸리에서 추출한 다양한 유익균을 활용한 식초, 프로바이오틱스,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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