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형' 동원家 차남, 동부익스프레스 품다…3년간 M&A만 7건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16.09.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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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정 부회장 통조림 공장 생산직부터 경영수업…세계 1위 스타키스트 인수 후 광폭 경영행보

김재철 동원그룹 창업주는 두 아들을 경영에 들이면서 참치통조림 공장 생산직으로 일하게 했다. 창업 초기 수산업으로 사세를 키운 김재철 회장은 김남구·남정 씨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원양어선을 타게 했고 두 아들은 군소리 없이 뱃사람으로, 공장직원으로, 식품영업사원으로 궂은 일을 마다치 않았다.

63년생인 김남구 부회장은 고려대와 일본 게이오대를 졸업하고 1987년 동원산업 평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김남구 부회장은 2004년 자신이 한국투자증권 인수를 직접 지휘하고 거래를 성사시켜 2005년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에 올라 계열분리로 독립했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동원그룹ⓒ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동원그룹ⓒ


김남정 부회장은 형에 비해 말수가 적고 은둔형 경영자로 알려졌다. 김남정 부회장도 형과 같은 길을 걸었다. 생산직은 물론 동원산업 영업부에서 막내 사원부터 시작해 오너 2세인 것을 숨기고 백화점 납품처를 돌며 참치를 배달하면서 설움을 겪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김남정 부회장은 최근 3년간 6건의 M&A(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 이번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에 최종 성공하면 위닝 카운트는 7건으로 늘어난다. 지난 1년간 진행된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을 지켜보면 김 부회장의 스타일을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매력적인 물건이 나타나면 관심을 숨기지 않지만 자신이 계산한 가치가 아니라면 미련없이 매물을 포기한다. 개인적인 역량 과시에 연연해 하지 않고 묵묵히 제 가치로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는 지난해 CJ대한통운과 한국타이어, 한앤컴퍼니 등 6개 후보가 나서며 매각가치로 1조원이 호가되기도 했다. 그중 현대백화점이 우선협상자가 돼 단독협상을 벌이며 5000억원대에 인수가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결국 지난해 말 거래는 파기됐다.

동원그룹 사업군 /= 동원엔터프라이즈ⓒ동원그룹 사업군 /= 동원엔터프라이즈ⓒ
김남정 부회장은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주체인 KTB PE의 경영진이 올해 교체되는 것을 눈여겨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박재용 전 부회장이 거래를 주도했는데 그가 올해 3월 임기만료로 퇴진하면서 실권을 동부익스프레스 투자 대표 매니저인 박지윤 전무가 쥔 것을 조용히 확인한 것이다. 김남정 부회장은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 M&A팀을 통해 물밑에서 수개월 동안 협상을 진행했고 지난 추석연휴 기간 중에 구속력 있는 계약을 급진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정 부회장은 아버지인 김재철 회장과 함께 동원그룹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을 각각 68%, 24%씩 총 92% 보유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2008년 6월 세계 1위 참치통조림 회사 스타키스트(StarKist) 인수(약 3억 달러)를 진두지휘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후 지배구조를 정리하고 사업재편에 몰두하다가 2014년부터는 다시 공격적인 M&A를 시작했다.


동원그룹은 2014년 1월 필름 및 판지상자 제조사인 한진피앤씨를 인수했고, 그해 10월 2500억원에 음료수 포장재 기업인 테크팩솔루션과 탈로파시스템즈를 연이어 사들였다. 지난해에는 9월께 비닐포장재 기업인 TTP를 약 900억원에 인수했고 동시에 페트병 제조사인 MVP도 250억원에 샀다. 지난해 말에는 동원F&B (32,000원 ▼300 -0.93%)를 통해 축산물 유통기업인 금천을 450억원에 인수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현재 자회사 6개와 손자회사 23개, 증손회사 11개 등 총 41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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