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은 대체로 마트보다 저렴했다. 마트에서 구하기 어려운 시금치와 배추 등을 구할 수 있었다. 반면 마트에선 식재료들이 대부분 공산품화돼 추석 특수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추석을 열흘 앞둔 지난 5일 오후 3시 가락시장. 명절 특수를 맞아 북적거려야 할 시기지만 평일인 점을 감안해도 한산한 상점들이 눈에 띄었다. 시장 밖에는 도매트럭만 가득할 뿐 대체적으로 한산했다.
추석을 열흘 앞둔 지난 5일 가락시장 청과물코너에 각종 과일들이 진열되어 있다./사진=김도영 기자
시금치는 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운동장만한 채소류 시장에서 시금치를 발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십여곳의 매장을 돌아 겨우 한군데를 찾을 수 있었다.
가격은 작은 1단에 5000원. 한 채소가게 주인은 "마트에 가면 8000원에 거래되는 물건"이라며 "올해 폭염으로 공급량 자체도 부족한데다 여름 시금치는 금방 물러서 진열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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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가격 상승세도 만만치 않았다. 가락시장에서 상품 기준 10㎏짜리 배추 도매가격은 1만5000원대로, 지난해보다 배 이상 뛰었다. 동태포, 조기 등과 같은 수산물 가격은 전년과 비슷하거나 저렴했다. 다만 최근 콜레라 때문에 수산물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 명절특수치곤 매출이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제사상에 가장 많이 올라가는 고사리나 도라지와 같은 나물 종류는 평소와 비슷하거나 전년대비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다. 나물 전문 소매상인은 "원래 고사리나 도라지 등 나물가격은 명절이나 날씨에 관계없이 늘 고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마트, 제수용 굴비도 '냉동 포장 판매'… 쇠고기·과일은 시장보다 비싸
같은 시간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마트. 아직 추석 준비는 시작되지 않았다. 추석 선물을 위해 마트를 찾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날 마트를 찾은 주부 김모씨는 "서울에서 차례를 지내기 때문에 주말 정도에 와서 추석 장을 볼 예정"이라며 "날이 덥고 재료가 무른 편이어서 너무 일찍 장을 보면 안될 것 같다"고 했다.
선물용과 제수용으로 나온 사과와 배는 각각 1만5800원(5개), 34800원(12개)였다. 배의 경우 일주일 전 가격보다 5000원 정도 올랐다. 제삿상에 올릴 수 있는 알이 굵은 빨간 사과는 아직 눈에 띄지 않았다.
국내산 우둔살과 양지고기는 600g(한근)에 2만9400원, 2만8450원이었다. 재래시장보다 약 20% 이상 비쌌다. 한 직원은 "산적용 우둔살의 경우 추석 직전에만 반짝 나오기 때문에 때를 맞춰 사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쇠고기 가격에는 큰 변동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 직원은 "추석까지 쇠고기 가격이 소폭 오르긴 하겠지만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래시장에서 품귀현상을 보였던 시금치는 그나마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매장 직원은 "시금치가 8000원에 육박한데다 품질도 좋지 않아 진열대에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석 직전에는 아마 다시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폭등했다는 배추 가격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속이 비어 보이는 중간 크기의 시들한 배추 가격은 약 7000원. 주부들이 배추를 뒤적거리다 끝내 장바구니에 넣지 않았다. 주부 박모씨는 "배추는 당분간 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질도 좋지 않고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