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는다는 게 나쁜 뜻도? '세뇌(brainwashing)'란…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6.08.3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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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안다리걸기] 53. 씻는 것을 가리키는 말 '세'

편집자주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씻는다는 게 나쁜 뜻도? '세뇌(brainwashing)'란…


"뭐? 걔가 잘 생기지 않았냐고?"
"어. 아무래도 나 걔한테 세뇌됐나봐. 갑자기 걔가 멋있어 보여."
"웬일…. 너 걔 싫어했잖아."

요즈음은 이렇게 달달한 상황에서도, 또 조금 재미있게 표현할 때도 이 말이 쓰이는데요. 세뇌는 사전적으로 '사람에게 특정 사상을 주입하거나 의식을 다른 쪽으로 바꾸는 일'을 뜻합니다.



IS와 관련된 서글픈 뉴스나 이념 갈등을 다룬 뉴스에서도 이 낱말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10대들을 '세뇌' 교육시켜 자살폭탄 테러에 이용한다는 IS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씻는다는 건 분명 밝은 느낌의 동작이지만, 어두운 느낌의 이 단어에도 씻는다는 말이 들어가 있습니다.



씻는다는 게 나쁜 뜻도? '세뇌(brainwashing)'란…
사실 세뇌를 글자 그대로 설명한다면 '뇌를 씻는다'가 됩니다. 세수, 세차, 세탁하듯이 사람의 머릿속을 씻는다는 것인데요. 그보다는 물들인다는 게 더 정확한 설명일 겁니다. 영어로도 이 말은 'brainwashing'으로 똑같습니다. 때로는 이 단어를 쇠뇌(×)나 쇄뇌(×) 등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있지만 씻는다는 뜻을 생각하면 덜 헷갈릴 것 같습니다.

씻는다는 뜻의 '세'가 들어간 말은 익숙한 게 많습니다. 화장실에서 손 씻는 곳은 세면대(글자대로 뜻을 풀면 얼굴 씻는 곳), 변기의 작동 방식은 수세식(물로 씻는 방식), 빨래할 때 넣는 것은 세제지요.

종교 의식에서도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세례'는 죄를 씻는 예식을 말하는데요. 물을 뿌리거나 붓는 의식을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요즘은 이 말을 '박수 세례'라든가 '시위대의 달걀 세례가 쏟아졌다'처럼 쓰기도 하지요.


마무리 문제입니다. 다음 먹거리 중에서 '머리'와 관련된 것은 무엇일까요?
1. 만두  2. 자두 
3. 두부  4. 호두

씻는다는 게 나쁜 뜻도? '세뇌(brainwashing)'란…
정답은 1번. 만두의 '두'는 머리 두(頭)인데요. 둥근 만두는 사람 머리 모양을 닮은 듯도 합니다.

이 이름에 대해서는 하나의 '설'이 있는데요. '삼국지'의 제갈량은 강에서 큰 풍랑을 만나게 됩니다. 사람 머리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아랫사람이 의견을 내는데요. 제갈량은 사람 대신 사람 머리 모양으로 만두를 빚어 제물로 바쳤고 풍랑이 잦아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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