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회의선 머리 숙인 옥시, 비공개 전환되자 '모르쇠'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16.07.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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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국회 가습기특위 27일 기업현장조사…KCL실험 고의 은폐 의혹 집중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에서 열린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기업 현장조사에서 우원식 위원장(뒷모습 오른쪽)과 김상훈 위원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이재원 전무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에서 열린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기업 현장조사에서 우원식 위원장(뒷모습 오른쪽)과 김상훈 위원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이재원 전무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가습기살균제 주요 가해기업으로 지목받고 있는 옥시레킷벤키저가 27일 진행된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특위)' 현장조사에서 공개적으론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의원들의 자료요구 등 조사가 구체적으로 실시되자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가습기살균제 특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본사와 성수 이마트 본사, 구로 애경 본사, 경기 분당 SK케미칼 본사 등 가습기살균제 가해자로 지목됐거나 의심을 받고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외부 전문가 현장조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관련 가장 많은 피해를 유발하고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옥시에 대한 현장조사 상황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특위 현장조사에 출석한 아타 사프달 옥시 대표는 언론에 공개된 인사말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런 비극적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피해 주요 업체로서 (원인불명 폐 손상이 가습기살균제 때문이라는 2011년 연구결과 이후) 5년 간 해결책을 제시 못하고 지연시킨 점, 5년 간 법적으로만 대처한 점,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타 사프달 대표는 "한국과 한국 사회에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옥시는 사태 해결을 위해 국정조사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협조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위의 현장조사가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의 아타 사프달 대표 태도는 공개 발언 내용과 달리 시종일관 '모르쇠'였다고 특위 참석자들은 전했다.

우원식 특위 위원장은 현장조사 종료 직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오늘 옥시는 '소송 중이라 자료제출을 못 한다', '영국 본사가 지키고 있는 살생물제품(Biocide) 매뉴얼에 대해 한국 대표는 잘 모른다'는 등 앵무새 같은 답변만 했다"며 "일부 특위 위원들은 옥시의 이런 태도에 조사 중단을 요구하기도 하고 추가 조사를 하자는 요청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이에 따라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차원에서 비공개 전문가 현장조사를 다시 하기로 했다"며 "그렇게 하고도 계속 옥시가 불성실한 답변을 지속하면 위원회 차원의 공식 현장조사를 재차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가공인시험검사기관(민간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의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실험 결과를 옥시가 김앤장 법무법인과 함께 고의로 은폐했다는 의혹도 이날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옥시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결과를 반박하고자 2012년 서울대학교와 KLC 등에 가습기살균제 독성심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유해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서울대 보고서만 검찰에 제출하고 KCL 보고서는 아예 받지도 않았다.

특위는 유해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 KCL 실험결과를 고의로 은폐하기 위해 옥시가 김앤장을 통해 연구 보류를 지시한 의혹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 위원장은 "영국의 본사(레킷벤키저)가 독성실험 보고서 조작에 관여했느냐는 질문에 회사에서 의도적으로 바꾸려고 한 건 없고 소송이 진행 중이라 더 이상 답변할 수 없다고 옥시는 답했다"며 "김앤장 관여 여부는 처음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다시 물어보니 확인 후 답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타 사프달 대표는 2001년 영국 레킷벤키저가 옥시를 인수한 후 본사 매뉴얼에 따라 한국제품이 생산되고 있는지 확인하지 못한 점은 특위에서 인정했다. 아타 사프달 대표는 "가습기살균제가 한국에서만 판매되고 있어서 이에 대한 규정을 영국 본사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인수과정에서 옥시의 기존제품 조사를 간과하고 있었다"는 말을 했다고 우 위원장은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특위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옥시 대표가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사건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그 말과 달리 (비공개) 현장조사에서는 (협조적이지 않아)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상당히 제한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본사가 옥시를 인수할 때 기존 제품 검사를 간과한 과실을 인정한 것은 의미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특위는 전날 국내 모기 살충제 1위 브랜드 '홈키퍼' 판매사 '헨켈홈케어코리아'를 국조 대상에 포함시킨데 이어, 이날 가습기살균제 주 원료인 PHMG를 옥시에 소개한 기업 CDI도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홍 의원은 "CDI가 PHMG를 옥시에 소개한 당시 옥시 연구원이 부작용 우려를 호소했음에도 CDI가 이를 묵살했다"며 "옥시 영국 본사와 CDI가 관련 내용을 공유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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