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1년간 통합론만 무성한 모태펀드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6.07.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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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펀드 통합론만 1년을 끌고 있다. 6700억원 규모의 농수산식품모태펀드(농식품모태펀드)를 13조4000억원에 달하는 중소기업 모태펀드로 합치려던 정부 계획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5월 87개 공공기관의 유사·중복 기능을 일원화하고 불필요한 분야를 폐지·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3대 분야 기능조정 추진방안'을 내놓은지 1년 2개월째다.

당시 기재부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의 농식품모태펀드를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구체적 통합방식에 대해선 농금원 및 한국벤처투자를 대상으로 한 운용역량 평가를 실시한 후 확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농식품모태펀드는 농림수산식품산업에 투자를 촉진하고 해당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2010년 조성됐다. 농림수산정책자금을 운영·관리하기 위해 2004년 설립한 농금원이 농식품모태펀드의 운영과 관리를 맡아왔다.

중소기업 모태펀드와 농식품모태펀드의 이원화를 중복으로 느낀 기재부가 지난해 말 자본시장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지난 4월 '예상대로' 한국벤처투자로 이관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농금원은 펀드를 직적 운용하지 않는다. 대신 마중물 역할을 할 자금을 출자해 위탁 운용사를 선정, 민간자금을 모아 펀드를 결성하는 재간접투자방식으로 한국벤처투자와 동일한 구조다.



이처럼 해당 기업에 직접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농식품모태펀드를 운용사의 선정 능력과 경험을 가진 한국벤처투자로 이관한다고 해도 전문성 결여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기재부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런 시각은 설득력이 있다. 같은 정부 부처 산하 조직이라면 비용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합치는 게 상식적인 선택이다. 일원화하면 농림축산식품 분야의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논리는 모태펀드 내 영화·공연·예술·콘텐츠·지식재산권에 투자하는 펀드도 각각 별도의 운영조직을 만들어 독립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게 없다. 해당펀드는 문화체육관광부나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모태펀드에 예산을 투입해 조성, 한국벤처투자가 운영하고 있다.

순조로울 것 같던 사안이 난항을 겪는 원인은 농금원의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기재부의 일원화 요구에 버티기로 응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밥그릇을 놓을 수 없다는 의도로 읽힌다. 반면 한국벤처투자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은 몸을 낮추며 신중히 관망하고 있다.


업계간 분열조짐도 엿보인다. 농금원과 호의적 관계에 있는 일부 벤처캐피탈을 중심으로 정부의 통합 방침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농금원의 농식품모태펀드 규모나 전담 인력이 한국벤처투자에 비해 크게 열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의 다진 네트워크가 통합 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힘겨루기 하느라 1년을 허비하고 업계도 갈라진 느낌"이라며 "농금원이 맡았던 농수산분야의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고 그동안의 노하우를 온전히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지혜가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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