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기재부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의 농식품모태펀드를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구체적 통합방식에 대해선 농금원 및 한국벤처투자를 대상으로 한 운용역량 평가를 실시한 후 확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소기업 모태펀드와 농식품모태펀드의 이원화를 중복으로 느낀 기재부가 지난해 말 자본시장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지난 4월 '예상대로' 한국벤처투자로 이관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농금원은 펀드를 직적 운용하지 않는다. 대신 마중물 역할을 할 자금을 출자해 위탁 운용사를 선정, 민간자금을 모아 펀드를 결성하는 재간접투자방식으로 한국벤처투자와 동일한 구조다.
이런 시각은 설득력이 있다. 같은 정부 부처 산하 조직이라면 비용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합치는 게 상식적인 선택이다. 일원화하면 농림축산식품 분야의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논리는 모태펀드 내 영화·공연·예술·콘텐츠·지식재산권에 투자하는 펀드도 각각 별도의 운영조직을 만들어 독립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게 없다. 해당펀드는 문화체육관광부나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모태펀드에 예산을 투입해 조성, 한국벤처투자가 운영하고 있다.
순조로울 것 같던 사안이 난항을 겪는 원인은 농금원의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기재부의 일원화 요구에 버티기로 응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밥그릇을 놓을 수 없다는 의도로 읽힌다. 반면 한국벤처투자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은 몸을 낮추며 신중히 관망하고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업계간 분열조짐도 엿보인다. 농금원과 호의적 관계에 있는 일부 벤처캐피탈을 중심으로 정부의 통합 방침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농금원의 농식품모태펀드 규모나 전담 인력이 한국벤처투자에 비해 크게 열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의 다진 네트워크가 통합 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힘겨루기 하느라 1년을 허비하고 업계도 갈라진 느낌"이라며 "농금원이 맡았던 농수산분야의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고 그동안의 노하우를 온전히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지혜가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