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꽃이라는 영웅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 2016.07.0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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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꽃’ 손현숙(시인)

편집자주 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꽃이라는 영웅


꽃은 나라이다. 꽃은 영웅이다. 모든 나라에 건국 신화가 있고 영웅에겐 탄생 신화가 있듯 꽃에게도 꽃말이 있고 전설이 있지 않은가. 다만 꽃의 나라엔 사람의 나라처럼 반역이나 전쟁이나 혁명이 없다. 모든 사람이 꽃을 좋아하며 이상으로 삼는 이유이다.

저 해바라기밭에 사람이 살기도 했을 것이나 지금은 꽃이 살아 꽃의 나라가 되었다. 물의 요정이었다고도 하는 저 꽃이 세운 나라엔 별로 중한 것이 없다. 어떤 ‘비밀의 보유자들’이라 할지라도 무언하며 ‘왔다가는 돌아서야’ 한다. 인간들 세상처럼 어지럽지 않다. 벌이든 나비든 다음엔 그 나라를 찾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지도에도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다만, 해바라기는 바다의 딸이 아닌 하늘 바다의 딸이 되기를 도모하는 영웅일 뿐이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꽃이라는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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