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1224조원…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지속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6.05.26 12:00
글자크기

올해 1분기 20조6000억원 증가, 지난해 4분기보다 증가폭 축소했지만 평년수준 웃돌아

서울 시중은행 한 지점에 고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서울 시중은행 한 지점에 고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가계 빚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역대 가장 많이 늘었던 지난해보다는 상승폭이 다소 줄었지만 평년보다 높은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정부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해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였으나 직접 규제대상이 아닌 아파트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계속 늘고 있다. 또한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 자영업자들도 대출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 지속… 아파트 집단대출 영향=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1/4분기말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규모는 122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20조6000억원(1.7%), 전년동기대비로는 125조4000억원(11.4%) 증가한 것이다.

금융기관 가계대출은 전기보다 20조5000억원 증가한 1158조5000억원, 신용카드사와 렌탈업체 등 판매신용 규모는 전기대비 1000억원 증가한 65조20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올해 1분기 가계부채 증가액은 역대 가장 많이 늘었던 지난해 4분기 증가폭(38조2000억원)과 비교해 다소 줄었으나 지난해 1분기 증가폭(13조원)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불어난 가계 빚의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로 파악된다. 1분기 가계부채 증가액 61.1%(12조6000억원)이 주택담보대출(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포함)이었다. 이상용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아파트 분양호조에 따른 집단대출 수요가 늘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07조1000억원,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02조2000억원으로 각각 전체 대출의 71.5%, 39.9%를 차지했다.


가계 빚 1224조원…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지속
◇ 고금리 제2금융권 신용대출도 늘어= 경기악화와 대출강화 규제가 맞물리면서 주택담보대출 이외 무담보 신용대출도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말 기준 기타대출 잔액은 시중은행이 전년대비 2000억원 증가한 162조2000억원, 제2금융권은 4조9000원 증가한 154조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제2금융권 기타대출은 전년동기(1조9000억원)와 비교해 2.5배 이상 증가했다. 여신심사 강화로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이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 금리는 20~30%대로 3%대 안팎인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비교해 이자부담이 상당히 높다. 특히 저신용, 저소득층 이용비율이 높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 자영업자, 고령층 한계가구에 대한 소득증대 대책을 통해 채무상환능력을 높여야 금융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보험사, 증권사, 대부업체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333조5000억원으로 전기대비 7조4000억원 증가했다.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 증가폭은 지난해 1분기 증가액(4조9000억원)을 웃돌았다.

이는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을 증권사, 자산유동화회사, 대부업체 등이 대거 인수했고 저금리로 수익성이 악화된 생명보험사들도 주택담보대출, 약관대출 등을 적극 유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을 제기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증가율보다 높은 상황이 지속되면 경제 전반 시스템리스크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대출심사 강화 등 미시적 대책과 동시에 한국은행도 금융안정을 고려해 통화정책 운용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