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만을 위한 것? 'No',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6.04.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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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름의 시시콜콜]

장애인만을 위한 것? 'No',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십여 년 전, 일본의 공중 화장실에서 잘 정비된 장애인용 칸을 보고 인상 깊었던 적이 있다. 대부분의 시설물들이 너무나도 작은 일본에서 유독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더욱 그랬지만 손잡이, 수세밸브, 비상용 벨 등 사용자에 특화된 설비 디자인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이 노인이나 장애인 등 이른바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갖춰놓은 그 시설물들은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좋은 본보기였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든 사람을 위한 설계'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장애물이 없는)로 디자인된 진입로, 바닥을 낮춘 버스 등이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대표적 결과물이다. 좁은 의미에선 장애인 등 일부 계층만을 위한 것처럼 해석되지만 이들에게 편안하고 좋은 것이 결국 사회적으로도 유익한 일이 된다는 점에서 '범용'(凡容) 디자인으로 보려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설비를 고를 땐 몇 가지 원칙이 있다고 조언한다. 우선 촉감이 좋아야 한다. 주로 만지거나 기대기 위한 제품인 만큼 미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손으로 쥘 때의 느낌이 좋은지도 따져봐야 한다. 손이 작거나 쥐는 힘이 약한 노인, 장애인 등이 사용하는 만큼 작거나 얇게 제작된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시공이 간편해야 한다. 시공이 간단할수록 공간 제약 없이 보편적으로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핏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설비들이지만, 있고 없음에 따라 큰 차이를 만든다. 수술 후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 화장실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면 크게 공감할 것이다.

고무적인 일은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사례가 최근 국내에서도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핸드 밸브', '풋 밸브', '손잡이' 등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다양한 설비를 갖춘 공중 화장실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를 보다 폭넓게 수용하려는 우리 사회의 변화된 인식과 의지를 보여준다.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유니버설 디자인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본다. 여전히 이런 특정일에만 주로 언급되는 단어지만, 일상 속에 깃든 범용 디자인으로 자연스럽게 인식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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