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때문에 이혼"…사생활 노출의 그림자

머니투데이 이슈팀 김종효 기자 2016.04.19 08:44
글자크기

[이슈더이슈①] 직장인 A씨, 상사 친구신청에 당황…즐거움에서 '천덕꾸러기로' 추락

"페북 때문에 이혼"…사생활 노출의 그림자


"페북 때문에 이혼"…사생활 노출의 그림자
#직장인 A씨(29)는 500여명의 친구를 보유한 페이스북의 열렬한 이용자다. 어느 날 페이지를 확인하고 있던 그는 직장 과장이 이모티콘으로 가득한 쪽지를 보내며 친구신청을 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순간 그는 페이지에 올려 놓은 직장 상사에 대한 불만 글을 떠올렸다. 다음날 과장은 해맑은 표정으로 다가와 A씨에게 “봤냐?”고 물었다. A씨는 모른 척하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만들었으나 이용해본 적은 없다”고 대답했다. 다소 쓸쓸해 하며 돌아가는 과장을 바라보며 A씨는 페이스북 이용을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때 마음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던 SNS가 참기 힘든 불편한 공간이 돼가고 있다. 더 이상 자신의 사생활과 생각을 마음놓고 털어놓을 수 없는 공간이 돼버린 것.



특히 SNS 이용자들 사이에서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사생활을 노출시킬 수 있다는 부담감과 그로 인한 피로감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전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개인정보와 신상을 캘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현실의 삶에서 지인들이 자신의 비밀스러운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미국 IT전문 매체 CNET에 따르면 10~20대의 SNS 이탈은 그들의 부모, 친척 등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의 이용자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SNS 이용자들은 자신의 부모, 이웃, 교사, 직장상사가 자신의 SNS를 볼 수 있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다가 익명성이 좀더 보장되는 다른 공간을 찾게 됐다.



사생활 노출은 단순 불안감 유발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의 ‘디보스 온라인’(Divorce Online)에 따르면 전체 이혼 커플의 이혼 사유 중 33%가 페이스북과 관계돼 있다.

디보스 온라인은 "이성 친구로부터 온 '부적절한' 메시지가 부인이나 남편에게 노출되거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상대의 흉을 보는 경우가 파트너와의 불화를 불러오는 대표사례"라며 "이 밖에도 페이스북은 다양한 경로로 커플들의 결별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사생활 노출에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뿐만 아니라 타인의 사생활을 보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닛케이MJ가 SNS를 이용하는 성인남녀 1만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20대와 30대 이용이 전년 대비 각각 7.5%와 4.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SNS를 이탈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남의 화려한 인생사를 보는 것이 지긋지긋해서”라는 답변을 꼽았다. 이 답변을 택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40.2%에 달했다.

이들은 “SNS에서 화려한 일상생활을 과시하는 친구들이 올리는 글과 사진을 보면 내가 초라해 보인다”며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 SNS를 피하게 됐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보험회사 프리빌리지에 따르면 690만의 성인이 SNS에 올라온 친구들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며 때로는 절망감을 느낀다는 것. SNS 유저의 절반은 SNS를 이용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고, 56%는 주기적으로 SNS에 글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프리빌리지의 관계자 댄 사이먼은 “사람들이 점차 친구들과 직접 만나 친목을 다지기보다 SNS를 통해 자신의 인기를 증명하는데 골몰하고 있다”며 “이 같은 행위에 의무감을 갖는 순간 권태를 느끼면서도 SNS 이용을 멈출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