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서 사상 최대 '검은 돈' 문건 유출 파문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6.04.0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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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도피 문건 1150만건 유출… 러시아·아이슬란드·FIFA 등 파문 확산

파나마에서 조세 및 자금 도피 관련 문건이 무더기로 유출됐다. 관련 문건에는 전 세계 부유층과 유력인사, 러시아와 아이슬란드, 국제축구연맹(FIFA) 등을 둘러싼 '검은 돈' 의혹이 담겨 있어 파문이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파나마 로펌인 '모색 폰세카'( Mossack Fonseca)에서 유출된 문건은 모두 1150만건으로 이메일, 은행기록, 고객 신상정보 등 지난 40년에 동안 쌓인 자료들이다.



유출된 문건은 독일 유력 매체인 쥐트도이체차이퉁에 전해졌다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를 통해 공유됐다. 지난 1년간 전 세계 100여개 매체가 참여해 문건을 분석했다. 문건에는 전 세계 72명의 전·현직 정상 이름이 등장한다.

2013년 미국 정보당국의 비밀 감시프로그램을 폭로해 파문을 일으킨 에드워드 스노든은 이번 문건 유출 보도를 '데이터 저널리즘 역사에서 가장 큰 폭로'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자료가 방대해 잠재적인 파괴력이 크다는 얘기다.



문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가운데 하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관련된 부분이다. 푸틴 대통령은 측근들을 통해 막대한 재산을 갖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일각에선 푸틴의 재산이 400억달러(약 46조4500억원)에 이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ICIJ는 이번에 유출된 문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측근과 관련된 기업이나 은행에 숨겨진 자금이 최대 20억달러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ICIJ는 이같은 자금은 푸틴의 허락 없이는 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문건에는 푸틴의 이름이나 그의 역할 등이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문건에서 푸틴과 관련한 의혹의 핵심인물로 등장하는 이는 첼리스트이자 푸틴의 최측근 가운데 하나인 세르게이 로드긴이다. 로드긴은 푸틴과 그의 전처인 류드밀라를 맺어준 이로 푸틴의 장녀인 마리아의 대부이기도 하다. 로드긴은 '푸틴의 지갑'으로 미국의 제재대상인 로시야 은행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이 은행은 로드긴이 자금을 빼돌리기 위한 역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로드긴은 이외에도 러시아 자동차 회사인 카메즈와 광고회사인 비디오인터내셔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역시 푸틴의 측근으로 로시야 은행의 최대 주주인 유리 코발추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고라 스키 리조트 건설에 돈을 댄 것으로 드러났다. 푸틴의 고향 인근에 있는 이 리조트는 푸틴의 차녀인 에카테리나가 결혼식을 올린 곳이다.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익손 아이슬란드 총리도 역외 매개체를 통해 국내 은행에 몰래 수백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슬란드 야권은 이번 파문을 계기로 조기총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FT는 내다봤다.

아이슬란드는 2008년 말 3대 은행이 모두 디폴트(채무불이행)로 붕괴하는 위기에 빠졌다가 자본통제 등 극약처방을 통해 기사회생했다. 귄뢰익손 총리는 은행위기 당시 은행들을 압박하는 채권자들을 썩은 고기를 파먹는 대머리 독수리(벌처)라고 비난했는데 그 자신이 은행권의 부실을 투자 기회로 삼은 셈이다. 문건에는 귄뢰익손 총리 외에 재무장관과 내무장관 등 현 정부 실세들의 이름도 등장한다.

부패 스캔들로 이미 파문을 일으킨 국제축구연맹(FIFA)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우루과이아 출신 변호사로 FIFA 윤리위원인 후안 페드로 다미아니는 FIFA 부패 파문에 연루된 역외 기업을 지원한 혐의가 문건에 드러났다.

한편 자료 분석에 참가한 뉴스타파는 4일 "모색 폰세카 유출 데이터에서 'Korea'로 검색되는 1만5000여건의 파일 속에서 한국 주소를 기재한 195명의 한국인 이름을 찾아냈다"며 "한국 주소가 아닌 해외 주소를 기재해 조세도피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비밀계좌를 만든 경우도 많아 정확한 한국인 규모는 현재로선 파악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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