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곳곳에서 포착됐는데도 금융당국이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ISA를 '국민통장'이라 홍보하며 일단위 실적까지 공개하자 이를 의식한 금감원이 불완전판매 단속에 소극적으로 대응한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셔터를 내린 뒤 가입된 ISA 중 상당수는 고객의 영업점 방문없이 은행원이 임의로 서류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금감원에서 검사가 나오면 무조건 우선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그는 "은행원들도 이런 위험을 알고 있지만 실적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달 지나면 삭제되는 CCTV...모니터링만 하는 금감원=금감원이 현장검사를 나오면 CCTV를 조사하는데 CCTV 기록은 60일까지만 보관 의무가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ISA 출시 60일이 지나 현장검사를 나온다면 CCTV 기록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며 "초기에 불완전판매를 한 곳이 워낙 많은데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금감원이 60일 안에 현장검사에 나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과열경쟁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금융권에서조차 불완전판매 단속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는 상황이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열린 제2차 금융개혁 추진위원회에서 "출시 첫주 과당경쟁 우려가 부각됐지만 점차 은행, 증권간 균형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낙관했다. 금융개혁 성과물인 ISA가 자산관리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도 "판매 할당 등 금융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원칙적으로 감독당국이 직접 관여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융회사간 경쟁이 반드시 불완전판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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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가 국민재산증식 차원에서 ISA를 '만능통장', '국민통장'으로 홍보하자 금감원이 이를 의식해 미스터리 쇼핑이나 현장점검을 미루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출시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금감원이 현장점검을 나간다면 금융위가 하는 일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며 "일단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가 다음달에 은행에서 일임형 ISA가 나오면 현장검사를 시작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ISA 가입금액이 크지 않아 불완전판매로 문제가 발생해도 소비자들이 입는 피해 금액이 고작 1만~2만원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점도 금감원이 현장검사를 서두르지 않는 요인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다음달 중순이후 은행도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일임형 ISA를 판매하고 오는 6월에 ISA 계좌이동까지 허용되면 과열경쟁에 따른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