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중력파' 첫 탐지…우주 보는 '제3의 눈'(종합)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류준영 기자 2016.02.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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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고(LIGO) 연구진 공식 발표…우주 관측을 위한 새 도구로 '중력파'에 주목

(왼쪽부터)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거대한 블랙홀 2개가 서로 충돌해 새로운 블랙홀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중력파가 생성되는 메커니즘을 미 항공우주국(NASA)이 3차원 영상으로 만들어낸 조감도/사진=NASA(왼쪽부터)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거대한 블랙홀 2개가 서로 충돌해 새로운 블랙홀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중력파가 생성되는 메커니즘을 미 항공우주국(NASA)이 3차원 영상으로 만들어낸 조감도/사진=NASA


100년 전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 주장했던 '중력파(重力波)'가 마침내 실체를 드러냈다. 중력파는 질량을 지닌 물체가 가속 운동을 하면 빛의 속도로 주변에 전파되는 시공간의 '잔물결'과 같은 파동이다. 아인슈타인은 중력파를 우주 공간의 비밀을 풀 열쇠로 주목했지만, 실체가 관측된 적은 없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12일(한국시간)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과 미국, 독일, 일본 등 15개국, 80여개 연구기관, 1000여명의 연구진이 참여한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라이고·LIGO) 과학협력단'이 유럽연합(EU) 중력파 검출 연구단인 '버고(VIRGO)'와 공동으로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라이고, 블랙홀 충돌 '0.15초'를 잡다= 라이고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에 관측된 중력파는 지구로부터 13억 광년(오차범위 7억5천∼19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 질량의 36배, 29배인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소용돌이와 같은 두 블랙홀이 점차 가까워지다가 충돌하기 직전인 0.15초 사이에 퍼져나온 중력파를 라이고가 감지해낸 것. 이번 성과는 1차 관측을 시작한 지난해 9월 12일부터 약 16일 간 가동 기간 중에 수집한 데이터로 발견됐다.

라이고는 미국 워싱턴주 핸포드와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 설치돼 있다. 길이 약 4㎞짜리 진공터널 2개가 'ㄱ' 형태로 놓여 있고, 양끝에는 거울을 달아 레이저 장치에서 발사된 빛을 반사한다. 빛이 거울에 반사되며 진행하는 길이 변화를 보고 중력파 통과 여부를 알게 된다.



라이고는 지진 등에도 흔들림이 없도록 최대한 외부 간섭을 받지 않는 환경으로 조성돼 있다. 때문에 평소에는 빛의 진행 방식이 일정하다가 중력파가 통과하면 그 영향으로 빛의 진행 길이에 미세한 변화가 생긴다. 태양이 수소 원자 지름만큼 움직인 정도로 매우 작은 변화지만, 이를 통해 '중력파'가 지나간 사실을 알 수 있다.

연구진이 이번에 관측한 중력파 진동 은 빛의 진행에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변화를 일으켰다. 진동 범위는 30∼150Hz(헤르츠)이며, 최대 진폭은 10의 21거듭제곱분의 1, 중력파로 인한 시공간 변화는 1광년 길이 정도다. 이번 관측이 가짜일 확률을 500만분의 1 이하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 위치한 미국의 중력파 연구소인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사진=LIGO 홈페이지미국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 위치한 미국의 중력파 연구소인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사진=LIGO 홈페이지
◇중력파, 우주생성 비밀 풀 '제3의 눈'=과학계가 이번 중력파 검출에 환호한 이유는 새로운 '우주 탐사 도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우주관측은 지금까지 천체·전파망원경등을 통해 이뤄졌다. 만일 중력파를 이용할 수 있다면 블랙홀 생성과 흡수, 중성자별의 충돌 등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천체 생성과 작동원리 등 우주탄생과 관련된 비밀에 더욱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 소속 이형묵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최초로 중력파를 직접 검출했고, 블랙홀 쌍성을까지도 첫 관측이었다"면서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빛이 아닌 중력파로도 천문학을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라이고는 16억년 떨어진 중성자별, 30억년 떨어진 블랙홀까지 관측할 수 있다. 질량이 중력파로 인해 변화하는 모습들을 한 장씩 사진 찍듯 데이터로 남기면, 이를 기반으로 138억년 전 빅뱅 이후 초기 우주의 모습도 유추해낼 수 있다고 기대된다.

KGWG 소속 김정리 연세대학교 천문대 연구원은 "만약 초신성이 폭발한다면, 이제는 LIGO 등 중력파 검출기로 관측한 후에 이를 슈퍼카미오칸데에서 중성미자 움직임을 보고, 전체 관측소에서는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등 보다 복합적인 방식으로 우주를 관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 중구 이비스 앰배서더 명동호텔에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이 12일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라이고) 연구단이 '중력파'를 검증한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사진=진달래 기자서울 중구 이비스 앰배서더 명동호텔에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이 12일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라이고) 연구단이 '중력파'를 검증한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사진=진달래 기자
◇다양한 주파수 대역에서 중력파 검증 시도…韓연구진도 도전 =향후 중력파 연구는 보다 다양한 주파수 대역에서 검출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국내 연구진도 이런 연구 방향에 맞춰 새로운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날 서울 중구 이비스 앰배서더 명동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연 KGWG은 이번 라이고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함께 참여한 데 이어 '저주파 검출기 SOGRO(소그로)' 개념을 발전시키기 위한 초기 연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백호정 메릴랜드대학교 교수를 중심으로 진행된 '소그로'는 30m*100m 정도 길이의 3차원 구조로 중력파 검출 기구를 지하에 건설하는 방식이다.

이형묵 교수는 "라이고 등은 10~1000 헤르츠인 고주파에서만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고, 그 방향 등은 알기 어렵다"면서 "소그로 개념을 발전시키기 위해 민감한 센서를 만들고 자료 분석 기법을 개발하는 등 구체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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