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병원의 가정의학과 의사인 김정환은 진료실에서 만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새 책 '사람아, 아프지 마라'에 담았다. 슬픈 이야기 가득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주는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오히려 생로병사의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미소를 담았다.
중풍으로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태운 휠체어를 밀고 지나가는 너무나도 어린아이의 모습에, 몰래 지켜보던 의사는 자기도 모르게 불쑥 뛰어나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을 뻔했다고 회고한다.
처진 어깨를 보던 의사는 문득 "술은 얼마나 드세요?"라고 묻는다. 이어진 아내의 말. "일주일에 한 번은 빼먹지 않고 꼭 술을 먹어요. 이 양반이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꼭 맥주 한 병을 다 마신다니까요." 맙소사! 의사는 이 글에 '아아, 남자여'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렇게 지은이는 무섭고 딱딱하기만 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병원을 따스한 곳으로 만드는 능력을 지녔다. 자신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흘려버리지 않고 SNS에 기록하기 시작했고, "의사가 이렇게 글을 잘 써도 되느냐"는 소리를 들으며 결국 책까지 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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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 일한 지 15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환자와의 만남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환자를 어려워해 주는 고마운 의사라니. 사람의 생로병사를 돈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의사들이 뉴스를 도배하는 요즘 같은 시절, 이런 의사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사람아, 아프지 마라=김정환 지음. 행성B펴냄. 304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