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관리비는 쌈짓돈'?…아파트 대표자 밀실담합 못한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6.02.0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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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동 대표 해임 규정 등 입주자 권한 강화, 관리비 운영 투명화에 방점

[단독]'관리비는 쌈짓돈'?…아파트 대표자 밀실담합 못한다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아파트 비리’ 근절을 위한 대책이 나왔다. 서울시는 ‘아파트 권력’의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입주자 대표회의 운영 규정을 구체화하고 재활용품 판매 수익 등 잡수입 지출 규정을 신설하는 등 아파트 관리규약 개정에 나섰다.

◇'눈엣가시' 반대파 동 대표, 맘대로 해임 못 한다=서울시는 입주자 권한 강화와 참여확대, 관리비 운영 투명화 등을 골자로 한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을 완료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준칙 개정을 통해 신설, 개정 또는 삭제된 조항은 총 80개에 이른다. 입주자 대표회의 진행과정 녹음, 선거관리위원회 전원 해촉 등 11개 조항이 신설되고 운영비 사용 규정 제정 의무화, 동별 대표자 해임절차 구체화 등 57개 조항이 개정됐다.

시는 우선 입주자 대표회의(이하 입대위) 회장을 비롯한 특정 세력이 자신들의 의견에 반대하는 동별 대표자나 입대위 임원을 임의로 해임하는 병폐를 막기 위해 해임 결정시 해임 사유에 대한 객관적, 구체적 자료를 명시하고 해임 당사자에게도 소명 기회를 부여하는 등 해임 요건을 구체화했다.



또 일반 입주자들이 입대위 회의 내용을 상세하게 알 수 있도록 회의과정의 녹음 또는 녹화를 의무화하고 표준서식에 따라 회의록을 작성하도록 했다.

아울러 입대위의 전횡을 막기 위해 이미 가결된 사안이라도 전체 입주민의 20분의1 이상의 동의를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한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회의 출석 수당이나 교육비 등을 1회 5만원 이하로 제한해 공동 기금의 불필요한 지출도 막았다.

이권 개입 여지에 대해서는 동별 대표자 겸임 금지 범위를 기존 자생단체 또는 재건축조합에서 리모델링 조합까지로 확대하고 겸임 금지 대상도 본인에서 배우자나 직계비속으로 확대 적용해 대응했다.


선거관리위원 연임을 1회로 제한해 장기 재임 소지를 없애고 입주민 과반수가 동의할 경우, 선관위 전원을 해촉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는 등 선거관리위원회가 특정 위원 중심으로 세력화되는 것도 견제했다.

◇재활용품 판매수입, 맘대로 못 쓴다=과다 지출, 전용 등 또 다른 비리 온상으로 지목되던 잡수입 지출이나 입찰비리 가능성이 제기된 어린이집 운영 규정도 구체화했다.

재활용품 판매, 알뜰시장·광고 게시판 운영 등 거주자가 수입 형성에 기여한 잡수입의 경우, 전체 수입의 70% 이상을 공동관리비로 우선 사용하도록 했다. 또 잡수입으로 지출할 수 있는 항목도 공동체활성화단체 지원, 수재의연금 지출 등으로 세분화해 명시했다.

세입자를 비롯한 실제 거주 주민이 재활용품 배출 등을 통해 수입을 만들어내지만 집주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수입이 대부분 적립되는 모순을 바로잡는다는 취지다.

입대위나 부녀회 간부 등이 임의로 어린이집 운영계약을 맺는 것을 막기 위해 운영자를 선정할 때는 어린이집 이용 입주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표준임대차계약서 사용도 의무화했다.

아울러 입대위 회장, 임원 등의 불필요한 입김이 작용하지 않도록 주택관리업자 업체 선정시 표준평가 세부배점표를 작성, 객관성을 확보토록 하고 업체 재계약 때는 입주민 동의서나 사업수행실적 평가서를 마련하도록 했다.

김훤기 서울시 공동주택 지원총괄팀장은 "입대위·선관위 운영과 관리비 지출 등 아파트 관리 민원이 가장 많았던 내용을 중심으로 준칙을 개정했다"며 "이번 개정으로 아파트 관리와 관련한 분쟁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자치구에 준칙 개정 내용을 통보, 개별 아파트 주민회에 새 관리규약 도입을 홍보할 계획이다. 개정된 준칙은 아파트 주민회 투표를 통과할 경우에만 효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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