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녹인=손실 아냐" 투자자 불안에 당국 뒤늦은 진화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황보람 기자 2016.01.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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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융위원회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의 투자자 녹인(원금손실)에 대해 손실이 확정된 게 아니라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21일 긴급브리핑을 갖고 "H지수 하락으로 일부 H지수 ELS 상품에 녹인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바로 투자자 손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현재 발행된 H지수 기초 발행량의 96.7%가 2018년 이후 만기가 도래해 그 기간 중 H지수가 회복하는 경우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녹인에 발목 잡힌 투자자들=금융위의 지적대로 H지수 ELS의 녹인이 곧 손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녹인이 발생된 물량은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H지수 ELS 발행잔액(원금보장형 포함)은 37조원 수준이다.

녹인이 걸리더라도 6개월 마다 돌아오는 조기 상환조건은 기존과 동일하다. 조기 상환이 안되더라도 만기 상환일에 제시된 기준(보통 60~80%)에 부합하면 제시된 수익률을 받을 수 있다. 녹인에 해당되지 않았다면 상환일에 기초지수가 제시 기준을 밑돌더라도 약정된 수익률을 받을 수 있다는 부분이 차이가 날 뿐이다.



현재 남아있는 ELS는 대부분 H지수가 1만~1만4000선대에서 발행됐다. 발행 물량 중 96.7%가 2018년 이후 만기가 도래할 정도로 상환 기간도 많이 남아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중 최종 만기가 돌아오는 ELS는 2000억원 수준이며 내년 상반기는 1000억원 가량, 하반기에는 9000억원 정도가 만기가 돌아온다.

3년 뒤에 H지수가 6000~1만1200선을 웃돈다면 투자자들은 결과적으로 손실을 입지 않을 수 있다. H지수의 최근 3년간 평균은 1만858.97포인트, 최근 5년간 평균은 1만900.43포인트였다.

◇주가지수 예측 불가능, 녹인 공포 확산=그럼에도 원금손실 공포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것은 주가지수는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1일 H지수는 전날 대비 2.19% 하락한 7840.13으로 장을 마쳤다. H지수가 종가를 기준으로 8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H지수가 8000선을 밑돌아 본격적인 녹인 구간에 들어서면 녹인이 녹인을 부르는 '녹인 효과'가 증시를 장기간 침체 시킬 위험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H지수는 이미 과매도 구간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계속 하락하고 있지 않느냐"며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 증권시장"이라고 말했다.

H지수가 이미 약 7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에서 ELS를 중도 환매하기도 가슴 아픈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매를 하게 되면 기초자산 가격을 기반으로 산정되는 ELS 상환 가격도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3~5%의 환매 수수료를 추가로 물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H지수 인버스 상품으로 지수 하락 위험을 헷지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일반투자자가 인버스 투자를 위해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은 상장지수펀드(ETF)"라며 "하지만 현재 국내 증시에는 H지수 인버스 ETF가 상장돼 있지 않아 해외 상장 ETF를 이용하거나 선물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증권사 건전성 문제없다=금융당국은 현재까지 은행·보험·증권사의 H지수 ELS 불완전 판매나 증권사의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권오상 금융감독원 복합금융감독국장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미스터리쇼핑을 했고 종합 점검도 수행했다"며 "현재까지 전면적인 문제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문제가) 제기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속 점검하겠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증권사의 NCR(영업용순자본비율)은 지난해 9월말 현재 486.7%로 권고 수준인 150%를 훨씬 웃돌고 있다. 이는 중국 증시 불안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지난해 6월 467.2%에 비해 오히려 소폭 개선됐다. 여기에 증권사가 ELS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에 대해 기초자산 변동성을 헷지하고 있어, H 지수가 하락한다고 증권사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조국환 금감원 금융투자감독국장은 "ELS 손실은 (녹인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헷지한 자산이 안 팔렸을 때 유동성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며 "지난해 10월 증권사 전체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하게 실시했으나 큰 문제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H지수 ELS의 조기상환이 막히면서 추가 발행도 축소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은 지난 말부터 H지수 ELS에 대해 쏠림현상 심화에 따른 금융당국의 발행 축소권고에 따라 상환된 만큼만 신규 발행하는 방식으로 총 발행량을 제한하고 있다. 김학수 자본시장국장은 "당시 발행 자제를 권고한 것은 (H지수 하락 위험보다는) 기초자산 쏠림 현상으로 ELS 헤지 물량이 홍콩 선물 시장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을 경고한 것"이라며 "현재 이 정책 방향은 유효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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