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증시 급락을 방지하기 위한 올해부터 도입한 서킷브레이커가 지나치게 잦은 발동으로 증시를 되레 위협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7일 오전 9시57분 또 다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주식 거래가 전면 중단되자 서킷브레이커가 ‘증시 안정’이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4일부터 도입된 서킷브레이커는 4일 당일은 물론 7일에도 또 다시 발동되며 중국 증시를 사실상 마비시켰다.
◇서킷브레이커, 냉정이 아닌 매도 신호로 작동
당장 서킷브레이커가 불과 4거래일 새 2차례나 등장한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지난 1987년 10월 다우존스산업지수가 22% 급락한 검은 월요일 사태 이후 1988년10월19일 처음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9년만인 1997년 10월27일 처음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이래 아직까지 재등장하지 않고 있다.
한국도 지난 1998년 12월 코스피시장에 먼저 도입됐고, 코스닥시장에서는 2001년 10월부터 적용됐다. 이후 코스피시장에서는 2000년 4월 단 한 차례 발동됐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2011년 8월 6번째로 발동한 이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연이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 2008년10월23일과 10월24일 단 한 차례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전 세계 증시가 혼돈에 빠졌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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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발동 요건 지나치게 좁다" 비난 높아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서킷브레이커 도입과 동시에 특별한 글로벌 악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지난 4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증시가 멈췄고, 7일에는 장 시작 불과 30분도 안돼 서킷브레이커로 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서킷브레이커 발동 기준이 각각 ±5%, ±7%로 한국이나 미국의 ±10% 에 비해 지나치게 좁다고 지적한다. 여기에는 증감위의 어긋난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중국 증시는 6월부터 시작된 폭락장에서 6개월간 무려 11차례나 5% 이상 하락률을 보였다. 이 때문에 서킷브레이커 발동 요건을 ±5%로 잡아 증시 급락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것이 증감위 판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판단은 실전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서킷브레이커 발동으로 놀란 투자자들이 무조건 팔자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하루 한차례만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하는 것이 아니라 연이어 ±7% 하락 시 아예 거래를 전면 중단시키는 것도 시장의 충격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서킷브레이커는 시장 안정과 투자자 공포라는 동전의 양면 같은 제도"라며 "중국 증감위가 지나치게 서킷브레이커이 순기능에만 주목해 발동 요건을 낮게 잡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 네티즌들은 "증감위의 무능에 더이상 국민들의 믿음이 남아 있지 않다"며 "국민 혈세로 증감위가 서킷브레이커를 실험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증감위가 서킷브레이커 발동 기준을 조만간 확대하는 식으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