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없는 대한민국'에서조차 왜냐고 묻지 말아야 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2016.01.0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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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만났습니다] '왜냐고 묻지 않는 삶' 출간한 유럽 베스트셀러 저자 알렉상드르 졸리앙

지난 8일 '왜냐고 묻지 않는 삶'(인터하우스)을 국내 출간한 유럽 베스트셀러 저자 알렉상드르 졸리앙. 그는 지난 2013년 8월부터 현재까지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친절하다"며 "그 에너지를 고통받는 사회 구성원들을 돕는 데 쓸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지난 8일 '왜냐고 묻지 않는 삶'(인터하우스)을 국내 출간한 유럽 베스트셀러 저자 알렉상드르 졸리앙. 그는 지난 2013년 8월부터 현재까지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친절하다"며 "그 에너지를 고통받는 사회 구성원들을 돕는 데 쓸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폐막 기자회견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뒤 이렇게 말한다.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 하나를 드리고 싶군요. 누구 없나요?" 수백 명의 취재진은 단체로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이 영상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며 '질문 없는 대한민국'에 대한 위기의식을 일깨웠다. 질문이 직업인 사람들마저 질문하는 방법을 모르는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냉혹한 사실을 깨닫게 한 것.



'질문 없음'이 사회적 문제가 된 대한민국 서울시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 스위스의 한 인기 철학자가 인생 공부를 하기 위해 찾아왔다. 알렉상드르 졸리앙(40)은 '왜냐고 묻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내용의 책을 유럽과 한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출간했다.

자택에서 만난 그에게 "당신은 왜냐고 묻지 않는 삶이 좋은 삶이라 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묻지 않는 것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왜냐고 묻지 말아야 할 대상이 다른 데 그것을 착각하기 때문"이라며 "대한민국은 지금 '목적'에 대해서는 묻지 않고 '결과'만을 놓고 왜냐고 묻고 있다"고 설명했다.



◇ 너무나도 불운했던 출생,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건…

졸리앙은 스위스에서 트럭운전사 아버지와 가정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탯줄이 목에 감겨 질식사하기 직전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이때 생긴 후유증으로 뇌성마비 장애가 와 3살 때부터 17년간 요양시설에서 지냈다.

말을 듣지 않는 몸으로 인해 평생을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 살면서, 그는 내면의 세계에 남들보다 깊이 빠져들었다. 스위스 프리부르 문과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인간이라는 직업'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등 에세이 겸 철학책을 저술했다. 이 책들이 밀리언셀러에 오르면서 전 유럽을 순회하며 강연과 방송 일정을 소화해왔다.


그는 "내 삶에 장애라는 결과물이 있는데, '내가 왜 장애인일까' 하고 묻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라며 "오히려 장애를 통해 내 삶의 목적을 찾고자 내면에 더욱 집중했고, 그렇게 하자 장애는 선물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2년4개월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인들이 오히려 '끊임없이 묻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목적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에 대해서는 왜냐고 끊임없이 묻고, 타인과 비교한 끝에 그 압박 속에서 자살을 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발생한다는 것이다.

알렉상드르 졸리앙은 "장애를 통해 내 삶의 목적을 찾고자 내면에 더욱 집중했고, 그렇게 하자 장애는 선물이 됐다"고 말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알렉상드르 졸리앙은 "장애를 통해 내 삶의 목적을 찾고자 내면에 더욱 집중했고, 그렇게 하자 장애는 선물이 됐다"고 말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그는 "한국이 OECD 국가 중 매년 자살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불행한 나라가 된 것은 각자의 내적인 번민과 독소를 왕따를 당하거나 해고당할까 봐 숨기고 살기 때문"이라며 "개개인의 마음의 문제를 사회 구성원 전체의 책임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많은 언론사가 그의 한국행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을 정도로 관심을 많이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그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2013년 8월 스승으로 삼은 서강대 버나드 세네칼 교수를 찾아 한국에 온 뒤, 천주교의 교리와 불교의 수양을 통해 이를 수 있는 정신적 자유를 찾고 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스스로가 불친절하다고 생각하지만 모국인 스위스를 포함한 유럽 사람들과 비교할 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언어적 장벽으로 인해 아직까지는 어려웠지만, 내년에는 한국 사람들과 좀 더 깊은 인간관계를 맺기를 희망한다"고 수줍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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