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스민의 초코바…왜 작은 것에만 분노하는가

머니투데이 이하늘 기자 2015.12.0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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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이하늘의 볼륨업]초코바 섭취와 헌법위반·보좌진착취·본회의불참, 경중은?

이자스민의 초코바…왜 작은 것에만 분노하는가


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일 본회의장에서 초코바를 먹고, 모바일게임을 했단다.

한 언론사 영상카메라에 포착됐다. 요샛말로 '빼박'이다. 우리 국회법 148조는 본회의장에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입법을 책임지는 의원이 법을 어겼다. 여기에 본회의장에서 게임이라니.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



욕을 먹어도 싸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했다. 대통령 욕도 국민의 권리인데 법을 어긴 의원이야 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욕을 해도 사실관계는 명확히 알고 하자. 그래야 한번 해도 제대로 된 욕을 할 수 있지 않나.



◇초코바·게임 시간=본회의 열리기 전 '쉬는 시간'

새해 예산안 법정시한인 이날 여야지도부는 심야회동 끝에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열고 이를 처리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연계된 쟁점법안 합의가 늦어지면서 정작 본회의는 오후 11시10분 개회됐다.

여야 지도부가 하루종일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다수 의원들은 9시간 넘게 국회에 남아 본회의 개회를 기다려야 했다.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 /사진= 뉴스1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 /사진= 뉴스1

이 의원 역시 마찬가지. 최초 보도에 따르면 '이자스민 의원은 이날 밤 10시쯤 본회의가 열리기 앞서 본회의장 내에서 초코바를 꺼내 주변을 살피고는 포장을 뜯은 뒤 먹었다'고 서술했다. 아울러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회의가 진행중이지 않을때 한 행동이다.

포털 다음은 관련 기사 중 하나를 뉴스 페이지 메인화면에 올렸다. 댓글은 5000개에 달한다. 헤아려보지는 않았지만 십중팔구는 이 의원을 질타한다. 인종차별 발언, 원색적인 욕설과 인신공격이 쏟아진다. 네이버 검색창에 '이자스민+초코바'를 검색하니 관련 뉴스만 67건에 달한다.(이후 포털 검색 6일 오후 4시 기준)

국회법을 어겼다지만(모바일게임은 국회법 위반이 아니다) 이 정도의 공격을 받아야 하는 사안인지 판단해봐야 할 문제다. 초코바 하나를 먹었을 뿐이다. 회의 시간이 아닌 쉬는 동안 모바일게임을 한 것이 '부적절한'지 여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편의점 절도'·'위안부 기림비 반대'…사실확인도 없는 비난과 확대재생산


이 의원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것은 헤아릴 수도 없다. 아들이 편의점에서 담배를 절도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한때 이 의원이 위안부 기림비 설치에 반대했다는 보도도 사실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 국회 안에 설치하자는 것을 유동인구가 많은 광화문에 설치하자고 주장한 것. 이 의원은 2012년 '국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법률상담 및 소송대리 등을 지원'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은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를 해주자는
내용이지만, 이 역시 불법체류자 추방을 금지하고 세금으로 범법자인 이들을 과도하게 보호한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이 역시 과도한 해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있다. 법안의 세부적인 내용은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 해당 주소를 첨부한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 이주아동권리보장법)

일베와 오유, 네이버 댓글과 다음 댓글, 이용자 성향이 다른 곳이지만 이자스민이라는 이름 앞에 '대동단결'해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비난의 화살을 쏟아낸다. 적어도 이자스민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우리 국민들의 좌우분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거둬도 될 법하다.

그 원인을 과학적, 혹은 논리적으로 입증할 수는 없다. 짐작만 할 뿐이다. 우리보다 피부색이 더 짙은 인종에 대한 차별. 기자의 짐작이 맞지 않길 바랄 따름이다.

◇'헌법어긴 국회'·'비서관 월급착취'·'본회의 불참'…'초코바'에 빠진 인터넷 여론
3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고 있다.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인다. /사진= 뉴스13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고 있다.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인다. /사진= 뉴스1
초코바 논란을 일으킨 이날 본회의는 결국 다음날인 3일 0시48분에 통과됐다. 헌법이 정한 법정 처리시한(2일)을 어겼다. 이에 대한 비판적 기사들도 나왔다. 다음은 이 중 하나를 메인화면에 올렸고, 해당 기사에 대한 댓글은 152개다. 참고로 이 의원과 초코바 기사에 달린 댓글은 4871개다.

하나 더. 지난 4일 박대동 의원이 자신의 비서관에게 월급상납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기사화되면서 공분을 샀다. 네이버에 '박대동+비서관+월급상납'을 검색해봤다. 58건의 기사가 검색된다.(초코바 기사는 67건) 다음이 메인화면에 올린 관련 기사 중 가장 많은 댓글은 557개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3일 오전 2시를 넘겨 마지막으로 본회의에 상정된 암관리법 개정안 표결에 참석한 의원은 254명이다. 우리 국회의원 정원은 300명. 이 가운데 통합진보당 해산 및 일부 의원 제명 등으로 현재 총원은 294명이다.

초코바와 게임으로 허기와 무료함을 버틴 이 의원이 표결에 참여하는 동안 나머지 40명의 의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그리고 더 큰 비판을 받아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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