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쿠팡처럼' 화두는 실험 아니라 '생존'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15.11.26 03:27
글자크기

쿠팡 로켓배송 본격화한 작년부터 롯데마트 매출 급감…韓 성공 이어 中까지 경영 정상화 의도

신동빈회장신동빈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2월4일 열리는 사장단 회의에서 '쿠팡처럼'을 화두로 제시하려는 것은 롯데마트 부진을 '모바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롯데마트는 국내외에서 난항에 직면했다. 국내에서는 경기둔화와 한 달 2번 강제휴무 등 영업 규제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중국에서도 현지화 실패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 6조4720억원, 영업손실 18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720억원의 흑자를 보였지만 중국 등 해외에서 900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특히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에 대한 공격 빌미로 삼는 중국 사업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07년 중국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2008년 -63억원 △2009년 31억원 △2010년 -75억원 △2011년 -323억원 △2012년 -558억원 △2013년 -1125억원 △2014년 -1729억원 등 매년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올해도 3분기까지 114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중국 진출 이후 2009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국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 4조5290억원에 영업이익 720억원을 달성했지만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61.6% 감소했다. 연도별 영업이익도 △2010년 3400억원 △2011년 3340억원 △2012년 3190억원 △2013년 2330억원 △2014년 830억원으로 줄었다.
롯데 '쿠팡처럼' 화두는 실험 아니라 '생존'
특히 쿠팡이 '쿠팡맨'을 내세워 로켓배송을 본격 실시한 지난해부터 롯데마트 이익은 직격탄을 맞았다. 해마다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2013년까지 2000억원대를 유지하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83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영업이익 등 수치를 보면 신 회장이 '쿠팡처럼'을 화두로 앞세운 이유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까닭이다.

롯데의 '쿠팡처럼'은 구매와 물류혁신 등을 모바일에 최적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롯데마트는 지난달 '모바일 부문'을 '모바일 본부'로 승격시키고, 인원도 60명 선으로 크게 보강했다.

롯데마트 모바일 본부는 온라인전용물류센터 1호점(경기 김포)이 완공되는 내년 2월부터 '모바일 주문·배송'을 본격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기존 대형마트 물품은 물론 마트에 구비 하지 못한 물품까지 모바일을 이용해 '쿠팡처럼' 값싸게 살수 있고, 롯데로지스틱스 택배를 이용해 '롯데식 총알배송'을 구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국내외 산지와 연계해 제철 채소와 생선 등을 대량 구매할 수 있는 대형마트 장점을 접목시켜 신선식품의 경우 서울시내에 3시간 안에 배송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롯데마트 개혁은 경영권 분쟁으로 흐트러진 조직문화를 바로 잡는다는 신 회장의 의중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경쟁상대인 신세계가 온라인몰에 집중하며 온라인 부문이 올 들어 30% 이상 성장하는 등 기존 마트 부진을 만회할 때 롯데그룹은 '경영권 분쟁' 덫에 걸려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에서는 신 회장이 '롯데마트의 모바일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뒤 중국에도 접목 시켜 경영 정상화를 시도할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관심을 갖고 주도하는 롯데마트 개혁이 성공하면 온라인 쇼핑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