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4분기 '예고된' 어닝쇼크?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5.11.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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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X파일]회계투명성 강화 전 부실 털어내기 우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해외 수익은 보수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건설업종 관련 증권사 보고서를 보면 끄트머리에 항상 주석처럼 따라붙는 내용이 하나 있다. 해외발 ‘어닝쇼크’ 재발 가능성에 대한 경고다. 오랜만에 찾아온 주택시장 활황 속에서도 올 3분기 대형 건설업체들의 실적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GS건설 (16,270원 ▲190 +1.18%), 대림산업 (55,900원 ▲300 +0.54%), 대우건설 (3,820원 ▲30 +0.79%) 등이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반면 삼성물산 (150,300원 ▲4,300 +2.95%), 삼성엔지니어링 (25,900원 ▲100 +0.39%)은 대규모 어닝쇼크로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올 3분기 이들 2개 업체의 영업손실만 1조8000억원이 넘는다.



요즘 건설업계에는 지난 분기에 버금가는 어닝쇼크가 대기 중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해외 저가수주로 인한 부실위험이 여전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조선, 건설 등 이른바 수주산업의 거듭되는 회계절벽을 막겠다며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이라는 강수를 꺼내 든 때문이다.

A증권사 건설업종 애널리스트는 “내년 수주산업 공시·회계기준이 강화되기 전 해외사업장의 부실을 털어내려는 업체가 나올 것”이라며 “대형 건설업체들의 실적 진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업체들의 실적 진폭이 커진 것은 미청구공사 금액 등 해외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대형 손실을 일시에 실적에 반영하는 이른바 부실 털어내기 관행이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가 사업장별 공사진행률과 미청구공사 잔액 등을 공개하고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들여다보는 방안을 마련한 것도 이같은 부실 털어내기가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는 판단에서다.

해외수주액 상위 8개 건설사를 기준으로 2009년 말 약 6조원 수준이던 미청구공사 금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15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1사당 평균 1조7951억원 꼴이다. 미청구금액 전액이 손실로 이어지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언제든 제2, 제3의 삼성엔지니어링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B증권사 담당 애널리스트는 “역시 해외 미청구금액이 가장 큰 문제”라며 “3~4년 전 해외 저가수주 물량이 남아 있는 만큼 대형부실까지는 아니더라도 건설업체들의 추가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회계·공시감독이 강화되면 내년 이후 해외수주가 많은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회계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일부 업체는 내부적으로 손실 반영시기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건설업체들은 회계·공시 감독 강화 움직임에 적잖은 부담은 느끼는 모습이다. C건설업체 임원은 “많은 부분이 이미 실적에 반영됐지만 해외 저가수주 물량이 일정수준 남아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며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적산정에 매우 보수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공사기간이 길고 진행률과 충당금 설정에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며 “사업장별로 회계처리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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