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비둘기' FOMC 덕에 2000·1.7만·4800 고지 돌파

머니투데이 뉴욕=서명훈 특파원 2015.10.09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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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 의사록 공개, 연준 위원들 '경기 둔화·저물가' 우려 확인… 연내 금리 인상 없을 것 '확신'

[뉴욕마감]'비둘기' FOMC 덕에 2000·1.7만·4800 고지 돌파


뉴욕 증시가 8일(현지시간)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환호하며 일제히 상승했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위원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에 낮은 물가상승률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2000선을 돌파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역시 1만7000선을 회복했다. 두 지수 모두 약 50일 만에 심리적 저항선을 뛰어 넘은 셈이다. 나스닥종합지수는 약 20일 만에 4800 고지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S&P500지수는 전날보다 17.6포인트(0.88%) 상승한 2013.43을 기록했다. 다우지수도 138.46포인트(0.82%) 오른 1만7050.75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19.64포인트(0.41%) 상승한 4810.79로 거래를 마쳤다.

하락세를 이어가던 뉴욕 증시는 FOMC 의사록이 공개된 이후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섰다. 윌리엄캐피탈그룹의 스티븐 칼 수석 증시트레이더는 "투자자들은 연준이 비둘기적인 태도를 나타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에너지 업종이 1.6% 올랐고 원자재 업종도 1.7% 상승했다. 전통 산업과 유틸리티 업종도 1% 넘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연준 위원들 “경기 둔화·저물가 우려… 금리 동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정책 위원들이 중국발(發)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낮은 물가상승률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록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란 입장을 유지했지만 경기 하강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정보를 확인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더 신중하다고 결론 내렸다.

연준이 8일(현지시간) 공개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고용시장은 목표치인 완전 고용에 근접했지만 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할 것이란 확신은 부족하다”며 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할 것이란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은 미뤄질 가능성이 더 높은 셈이다. 연준이 물가상승률 지표로 활용하는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는 40개월 연속 2%를 밑돌고 있다.

또 연준 위원들은 달러 강세와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이 물가상승률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향은 점차 희석될 것이란 단서를 달았다.

특히 9월 FOMC 이후 발표된 경기지표들이 대부분 예상보다 악화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 낮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민간 고용지표 역시 악화되고 있어 고용시장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9월 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융시장 불안과 해외 국가들의 성장률 둔화는 금리 결정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연준 위원들도 “최근 금융 시장 불안은 경제 전망 악화로 연결되고 물가상승을 추가적으로 압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연준 위원들은 연내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란 입장을 유지했다. 전체 17명 위원 가운데 13명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특히 위원들 대부분은 경제활동이 기대대로 점진적인 확장 추세를 지속하고 고용시장이 더 개선된다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2%에 가깝게 움직일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일부 위원들은 금리 인상의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임금 상승이 나타날 경우 이 같은 믿음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부 위원들은 물가와 실업률 외에도 과도한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들은 금리 인상 연기가 금융시장 불균형을 원치 않게 이끌어 경제 성장에 불리한 결과를 이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처라코타 "마이너스금리도 고려해야"
오히려 기준금리 인상이 아닌 추가 부양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미네소타주립대에서 가진 연설에서 코처라코타 총재는 "현 기준금리를 올해나 내년에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치 않는다"며 "오히려 고용시장을 더 개선시키기 위해 금리 범위를 더 낮출 가능성(마이너스 금리)에 여지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코처라코타 총재는 주요 노동연령의 고용률이 상승 추세를 중단한 점과 저물가가 지속되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이미 미국의 통화정책이 너무 긴축적이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그는 FRB 내에서도 가장 비둘기적 성향을 가진 인사로 꼽힌다.

◇고용지표 또다시 개선
이날 개장전 발표된 고용지표는 금리 인상 전망에 힘을 실어주며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3일 기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전주 수정치보다 1만3000건 줄어든 26만3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 27만4000건을 밑도는 수준으로 7월 중순 이후 가장 낮았다.

추세를 나타내는 최근 4주간 평균 실업수당 청구건수 역시 26만7500건을 기록해 8월 첫 주 이후 가장 낮아졌다. 다만 실업수당 연속 수급 신청건수는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220만4000건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 220만건을 소폭 웃돌았다.

◇ 국제유가 또 급등, WTI 50달러 육박
나흘 만에 하락 반전했던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했다. 공급 과잉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러시아의 시리아 공격 재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62달러(3.4%) 급등한 49.43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WTI 가격은 한 때 50달러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7월21일 이후 처음이다.

앞서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전날보다 배럴당 1.66달러(3.2%) 급등한 53.43달러에 마감했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상승한 것은 공급 과잉이 해소될 것이란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원유 시추기 가동건수가 2주 연속 큰 폭으로 감소한데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내년 세계 원유 수요가 6년 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여기에 러시아가 시리아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는 소식도 유가 상승에 힘을 실어줬다.

◇ 달러 ‘약세, 금값 닷새만에 하락
달러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영향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23% 하락한 95.35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0.32% 오른 1.1271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전날과 비슷한 120엔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 금값은 닷새 만에 하락했다. 하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이후 시간외거래에서 한 때 1150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4.4달러(0.4%) 하락한 1144.30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나흘간 상승하면서 차익 실현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 은 가격 역시 전날보다 온스당 32.8센트(2%) 하락한 15.766달러에 마감했다.

하지만 FOMC 의사록 공개 이후 금값은 온스당 115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연준 위원들이 중국발(發)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낮은 물가상승률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금리 인상 전망이 더욱 후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금값은 다시 하락 반전했다.

◇ 유럽 증시 상승, 아시아 ‘혼조’
유럽 주요 증시는 등락을 거듭한 끝에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막판 자동차들의 매수세가 상승 마감을 이끌었다.

영국 FTSE100지수는 전장대비 0.61% 전진한 6374.82로 장을 마쳤다. 프랑스 CAC40지수는 0.18% 오른 4675.91을, 독일 DAX지수는 0.23% 상승한 9993.07을 기록했다.

이날 주요 자동차기업들은 상승세를 보였다. 다임러는 1.2% 올랐고 피아트크라이슬러도 전미자동차노조(UAW)와의 파업 타결 소식에 3.9% 전진했다. 와버그리서치의 마크-르네 톤 연구원은 "'디젤게이트' 이후 나타난 투매 이후 확연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증시는 다소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대비 0.99% 떨어진 1만8141.17을 기록했다. 이로써 지수는 지난달 30일 이후 7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인도 뭄바이증시 종합지수 센섹스 역시 전장대비 0.70% 떨어진 2만6845.81로 장을 마쳤다.

반면 일주일 연휴를 즐긴 중국 증시는 상승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장대비 2.97% 오른 3143.36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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