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고 이사장은 국감에서 당한 비난과 핍박에도 도도했다. 한 언론인터뷰 발언을 참고하면, 그는 "좌파 세력의 비판은 명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3단 논법'을 거치면 공산주의자가 된다. 그에 따르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통합진보당은 북한식 적화통일을 위해 대한민국 '의식화'에 뛰어든 이들이다. 고 이사장은 한총련과 전교조를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논리'와 통진당 해산 '논리'를 자신이 최초로 만들어냈다고 했다.
이런 주장도 고 이사장만의 독특한 '추론'에서 비롯됐다. 한국사학자 좌편향 근거로는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 위원 22명 가운데 9명이 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를 명시할 수 없다며 사표를 낸 사례를 들었다. 앞뒤 잘라 그들이 '좌편향'됐다고 하더라도 90%라는 수치의 근거는 아니었다. 고 이사장은 좌편향 된 판사를 한명만 지목해 보라는 질의에는 "구체적으로 알진 못한다"고 답해 '증거 없음'을 자인했다.
고 이사장이 '추론'을 확신으로 발전시키는 데에는 그만의 '경험'이 인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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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부림사건' 당시 담당 검사로 피의자를 실제 대면해 조사했고, 피의자가 본인을 "의식화 시키려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에 따르면 당시 피의자는 E.H.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인용해 유물론적 사관을 펼쳤다고 한다.
또 그는 2005년 검사 임용 3차 면접시험 위원으로 참여했을 당시, 면접자 10명 중 8명이 "한반도의 정통성은 북한에 있다"고 답했다고도 했다. "사법연수원 2년을 거쳐도 하나도 안 변하고 똑같은 답변이 나오기도 했지만 검찰에서 층층이 교육을 받으면 대부분 교정이 된다"는 경험도 전했다.
그가 '좌편향'을 걱정할수록 그의 '우편향'은 도드라졌다. 10점 척도의 사상적 스펙트럼 안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오른쪽으로 7점~8점을 부여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9점~10점은 폭력까지 불사하는 애국진영이라고 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는 기회주의자 부류가 아니었다. 순수한 애국 소신으로 무장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추론과 확신 속에서, 과거 경험 속 공산주의자와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수십년 투쟁에도 적진은 실체를 특정할 수 없는 세력까지로 오히려 확대됐다. 고 이사장의 고고한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되지 싶다. 그가 말한 의식화 전략에 철저히 매몰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