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고영주 이사장…방문진 국감, '사상논쟁'으로 파행

머니투데이 황보람 기자 2015.10.0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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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고영주 "박정희, 공산주의에서 전향…우리나라 국사학자 90% 좌편향"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15.10.2/뉴스1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15.10.2/뉴스1


"제가 (위원장)하겠다고 한 거 아니라니까요. 그냥 시켜줬어요. 그렇게 선임이 됐어요."
"글쎄요. 공정방송이라는 게 공정한 게 공정방송이죠."

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대상 국정감사는 고영주 신임 이사장의 청문회 수준으로 진행됐다. 이날 국감에서는 고 이사장의 답변 및 답변태도가 수차례 문자가 돼 국감이 두차례 정회되기도 했다.



국감 첫 정회는 고 이사장이 과거 방문진 감사 시절 "문재인 후보(당시 대선 후보)는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꼬리를 물면서 촉발됐다.

고 이사장은 방문진 감사를 맡았던 2013년 1월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년 하례회에서 과거 '부림사건'을 언급하며 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문 대표는 고 이사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날 고 이사장은 국감에서의 증언이 향후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관련 답변을 거부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고 위원장의 '사상'과 관련한 질의를 이어나갔다. 전병헌 새정치연합 의원은 고 이사장이 법원이 일부 좌경화됐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고 이사장은 한 전 대표 사례 등을 들어 해명했다.

고 이사장은 "제가 알기로 문 대표와 한 전 의원님은 대법원 판결을 받고 사법부 전체를 비판한 것으로 아는데…(본인이) 법원이 일부 좌경화됐다고 문제제기한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해당 답변을 들은 우상호 야당 간사는 "더이상 정상적인 국감을 진행할 수 없다"며 퇴장을 선언했다.

오후 재개된 국감에서는 고 이사장이 '국가정상화 추진위원회 위원장' 당시 추진했던 '친북인명사전'이 문제가 됐다. 친북인명사전에는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 우상호 의원, 오영식 의원, 이인영 의원이 등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의락 새정치연합 의원은 "고 이사장은 '친일(親日)인명사전'이 국가를 분열시킨다고 했는데 친북(親北)인명사전을 만든 것은 분열적인 게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이어 "사전에 오른 야당 정치인이 있는데 여전히 반국가 행위자, 친북행위자라고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고 이사장은 "친일인명사전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며 "친북인명사전은 대한민국이 좌경화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 편찬됐다"고 말했다.

또 "책임회피하려는 게 아니고 (친북사전은)애국진영에서 오래전부터 숙원사업이었기 때문에 제가 법적인 건 책임지겠다고 하고 편찬위원들이 만든 것"이라며 "(편찬작업은 관여하지 않았지만) 거기 나와있으면 그렇게(친북행위) 했겠죠"라고 답했다.

이 답변에 우 의원이 다시 제동을 걸었다. 우 의원은 "오전에 사과 아닌 사과를 받고 국감을 진행하고 있는데 제가 친북 인사로 지명당한 상태에서 국감을 계속 해야 되느냐"며 "제가 어떤 형태의 친북 활동을 했는지 밝혀야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고 위원장의 답변태도는 여당 의원들도 문제로 지적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우상호 간사가 친북용공이라고 한다면 제가 무료 변론을 할 생각"이라며 "이사장에게 생각을 강요하고 싶지 않지만 우 의원이 친북용공이면 대한민국 국민 몇백만명이 친북용공"이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고 이사장은 "우리나라 국사학자 90%는 좌편향됐다"거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산주의자였다가 전향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야당 미방위원들은 한목소리로 고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방문진 운영 관련 정책적인 사안은 제대로 검증되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이 요청한 자료인 방문진 회의 속기록은 제출되지 않았고 상당수 질의에 고 위원장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고 위원장은 MBC의 본사와 지역 간 전파료 배분방식이 정률제인지 정액제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혼선을 빚었다. 또 지상파 방송의 유료방송에 대한 재전송료 인상 문제나 의무재송신 채널 확대 등 방송계 현안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못해 질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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