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서도 묻는다, 잘 아는 책 먼저 고르고 가치 부여하라

머니투데이 이시한 전주대학교 객원교수 2015.09.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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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하반기 공채 자소서 불패노트] 22. 신한은행

편집자주 2015년 하반기 대기업 공채가 시작됐다. 너도나도 스펙보다는 능력 중심의 인재채용 원칙을 내놓지만 정작 취업준비생들로서는 입사지원서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길이 별로 없다. 그나마 남과 다른 자신만의 차별화 요소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자기소개서이다. 자소서 문항의 출제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작성해나간다면 취업확률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매주 [NCS불패노트]를 기고해온 이시한 강사와 함께 9월 한달간 자소서 문항이 공개되는 기업순으로 합격을 부르는 자소서 쓰기 코칭을 연재한다.

은행권의 서류접수가 거의 마무리돼 가는 가운데, 뒤늦게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 바로 신한은행이다. 그런 만큼 다른 기업과 중복돼서 한참 정신없이 자소서를 준비했던 은행권 지원자들이 조금은 여유롭게 신한은행 자소서를 준비할 것이다.

‘신한은행 채용’을 검색을 해보면 연관검색어로 ‘학점 안보는 기업’이 상단에 뜬다. 그만큼 은행권 채용에서는 신한은행이 열린채용이라는 이미지를 상당히 강하게 유지하는 셈이다. 사실 신한은행은 서류에서 학력, 연령, 어학성적, 자격증 등 지원자격 제한사항을 철폐했기 때문에 상당한 기회의 문에 열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열린채용을 표방한다고 해서 많이 뽑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한정된 인원만이 기회를 얻고, 그들을 뽑는 데는 또 다른 방식의 경쟁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영어나 학점이 아닐 뿐이다. 그래서 신한은행의 채용에서는 자기소개서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설명회에서 관계자들이 밝힌 서류전형에서의 경쟁률은 100:1이라고 한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1번 문항 : 문항은 하나지만 내용은 총 다섯 가지다. ① 지원동기 및 포부 ② 성장과정 ③ 수학내용(휴학 기간 또는 졸업후의 공백기 내용 포함) ④ 본인의 가치관 및 인생관에 영향을 끼쳤던 경험 ⑤ 단체 속의 일원으로 거둔 성과(동아리, 공모전 등)



주제별로 구분하여 자유롭게 기술하라고 하면 이 내용들을 다 넣을까말까 고민되겠지만, 분량이 5,000Byte 정도라면 5가지 주제들을 거의 다 써야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1번 문항의 내용들은 아주 전형적인 자소서의 틀을 갖추고 있다. 보통 다른 기업들의 자소서 역할을 하는 것이 1번 항목이 된다.

일반적인 내용인만큼 특별할 것은 없다. 이런 류의 이야기는 지난 몇 주 간의 공채 터널을 통과해 온 지원자들이라면 다섯 세트쯤의 답변을 가지고 있을 만한 전형적인 항목이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수학내용’에 휴학뿐 아니라 졸업 후 공백기의 활동까지 포함하라고 한 것을 보면 ‘백수’로 지내며 그냥 세월을 보냈는지 아니면 무언가를 배우거나 취업 준비를 착실히 했는지를 체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공백기의 활동에 별게 없더라도 조그만 일에 의미를 부여해 써야 할 것이다. 대놓고 물어보는데 아무 것도 없이 ‘그냥 놀았다’라고 쓸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2번 문항 : 신한은행 자체를 위해서 노력한 경험이 있으면 참 좋다. 하지만 취준생들 입장에서는 오로지 신한은행만 준비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은행권 취업을 준비한 과정을 서술하는 문항이 된다. 그런데 최근 은행권이 서류전형시 자격증 제출 조건을 없애면서 사실 은행권 취업을 위한 준비라는 것이 특별한 것이 사라져 버렸다. 솔직히 은행권 취업 준비는 고스펙을 위한 ‘공부’를 한 것인데, 공부한 것을 이 항목에 쓰기에는 확실히 어울리지 않는다.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최근 은행에서 찾는 인재상이 적극적이고 사교적인 스타일이 되다보니까 여러 가지 대외활동을 통해 금융에 대해서 접근해 봤던 경험이 있으면 그런 대외활동 위주로 풀어내는 방법이 있다. 사실 그 활동이 은행과 밀접한 관계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에 대해서는 자신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다를 수도 있으니까 자신있게 관계를 만들어보도록 하자.

두 번째 방법은 일종의 이벤트다. 신한은행의 서비스를 다른 은행, 혹은 외국은행과 비교해서 철저하게 분석해 보았다든가 적극적으로 신한은행 인사담당자를 찾아다니면서 면담을 했던 경험, 신한은행 영업장을 직접 찾아가 현장 서비스를 경험해 보았던 이야기 등은 지원자가 그만큼 노력했음을 보여주는 좋은 논거가 된다.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TV프로그램에서도 보면, 남자가 여자를 위해 하는 이벤트는 그 자체로 멋지고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사실 그것보다도 그 이벤트를 준비하는 과정을 생각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여자가 감동을 받는 부분이 더 크다. 중요한 것은 지원자의 노력과 열정이 드러나는가 아닌가이다.

▶3번 문항 :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신한은행의 미래 전략을 세워달라는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하는 항목이다. 신한은행의 이사쯤 되어야 가능할 만한 일을 말이다. 얼핏 참신한 젊은이의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도용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신입사원도 아니고 신입사원을 지망하는 취준생의 아이디어가 은행권에서 근무하면서 그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현역들의 아이디어보다 뛰어나기는 힘들다. 그러니 이 문항은 아이디어 싸움이라기보다는 개인이 가진 통찰력에 대한 질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은행의 사업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 그리고 신한은행에 대한 분석력, 이어지는 문제해결력까지 전반적으로 사고의 프로세스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지 추론의 결과들은 합리적인지 묻는 문항이라고 할 수 있다.

▶4번 문항 : 책을 선정하고 그에 대한 이유를 묻는 단순한 문항이 아니다. 신한은행의 가치와 매칭이 되는 책을 골라야 한다. 여기서 바로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신한은행의 핵심가치는 ‘고객중심’, ‘상호존중’, ‘변화주도’, ‘최고지향’, ‘주인정신’인데, 사실 이 정도의 키워드라면 웬만한 인문학 책은 다 연계되게 돼 있다. 그래서 대강 의미를 부여해서 무난하게 쓰자니 평범함에 묻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엉뚱한 의미를 가져다붙여 튀어보자니 면접에서 이어질 인문학적 마인드에 대한 검증이 두렵기만 하다.

이 문항은 면접에서도 질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신한은행의 가치에 맞춰 지금 당장의 최신 서적을 고르는 것보다 자신이 평소에 읽어서 잘 아는 책을 먼저 선정하는 것이 좋다. 그 책에 대해 애정이 있고 평소에 진짜 좋아하는 책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설명할 수 있고 관계된 추가적이 질문에도 여유있게 답변할 수 있을 것이다. 신한은행 가치의 범위가 넓은 만큼 인문학 책이라면 어느 정도는 그 안에서 비슷하게 맞춰볼 여지가 있다. 그러니 가치에 맞춰서 책을 고르지 말고, 책을 먼저 고르고 가치에 맞추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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