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다섯시간 증언 마치고 귀가 "회사 내것이라 생각않는다"

머니투데이 정영일 정진우 정혜윤 기자 2015.09.1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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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15국감]여유 있는 모습으로 증언…면세점 애정 표하기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0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0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


"가족간 일로 국민 여러분들에게 심려 끼쳐드린 점 부끄럽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이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사죄의 인사를 했다. 지난달 11일 언론들앞에서 고개를 숙인 후 한달여 만이다. 이번에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 앞이었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1시53분 벤츠 승용차를 이용해 국회에 도착했다. 짙은 회색 양복에 진보라색 넥타이를 맨 그는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 앞을 굳은 표정으로 지나 국회 6층 정무위원회 회의실로 들어섰다.



국회 방문증을 가슴에 단 신 회장은 긴장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하거나 양팔로 팔짱을 껴보기도 했다. 손에 든 만년필을 만지작 거리기도 했다. 함께 출석한 황각규 롯데그룹 사장 역시 굳은 표정으로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것을 기다렸다.

신 회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국회 의원들은 사상 첫 10대 그룹 총수의 국회 출석에 매서운 추궁을 이어가면서도 권위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우려했던 '호통국감'이나 답변할 기회도 주지 않는 몰아치기식 질문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오후 국정감사 개시에 앞서 신 회장에게 "롯데는 1960년대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항상 국민들 곁에 있었던 기업"이라며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나 일본기업 논란 등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책임있는 답변을 해달라"고 말했다.

의원들의 질의가 시작되자 신 회장은 여유를 되찾았다. 의원들이 분위기를 풀기 위해 농담을 던질때는 활짝 웃는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말투에 일본어 느낌이 묻어나긴 했지만 한국말 의사소통이 크게 불편해보이진 않았다.

축구 한일전을 시청할때 한국팀과 일본팀 중 어느 팀을 응원하느냐는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는 웃으며 "지금도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협력업체나 직원들의 의견을 전하며 기업문화개선을 당부할때는 진지하게 "네"하고 답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경영사안에 있어서는 분명하게 자기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면세점 사업을 특혜사업으로 규정하고 시장지배율이 너무 높다는 지적에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은 세계 3위 기업으로 롯데 서비스 계열사 중에 가장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고 답했다.


신 회장은 이어 "내년에는 세계 2위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몇년 후에는 세계 1위도 가능한,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특혜를 받아 성장한 것이 아니라 2조8000억원의 투자의 결과라는 대답도 덧붙였다.

감사의 독립성을 높이고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의사가 있냐는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신 회장은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회사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며 "회장이 된 후 이사회에 막강한 권을 줬다"고 답했다.

신 회장은 "이사회가 결정하면 저를 해임할 수도 있고 해임할 수도 있다"며 "그런면에서 거버넌스가 어느정도 되지 않았나 한다. 우리 회사를 내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집중투표제는 단어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추후 답변하겠다고 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본인을 향해 "너 나가"라고 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그때는 직접 총괄회장을 만나지 않았다"며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아버지가 자식한테 '너 나가' 하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오후 7시 의원들의 질의가 끝날때까지 꼬박 5시간을 좁은 국회 증인석에 앉아있었다.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귀가를 앞둔 신 회장에게 제2롯데타워의 사진을 내밀고 "여기 건물 한 가운데 태극기가 보이느냐"고 물었다.

정 위원장은 "롯데의 자부심인 제2롯데에 태극기가 새겨져 있듯 신동빈 증인의 가슴에도 태극기가 자리하고 있길 빈다"며 "답변 과정에서 보여줬던 그대로 불투명한 경영 구조는 과감히 타파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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