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공사화' 골든타임 흘러가는데 국회는 킬링타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5.08.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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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40조 맞춰 조직 한계, 현재 497조 개편 시급…총선 전 올해 마무리 적기

'국민연금 공사화' 골든타임 흘러가는데 국회는 킬링타임


정부 개선안과 새누리당 개정안이 잇따라 나오면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였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내년 총선과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올해가 공사화 논의를 마무리 지을 골든타임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여야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선 관련 법률안 5건 가운데 소관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안건은 한 건도 없다. 19대 국회 들어 관련 법안이 논의된 것은 2013년 4월15일가 마지막이었다. 당시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과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2년에 각각 발의한 법안 2건을 한차례 논의했다. 당시 회의에서도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 문제를 주로 다뤘을 뿐 기금운용을 위한 공사 설립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2년에 발의한 법안은 복지위에 자동 상정됐지만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새누리당 정희수, 박윤옥 의원이 각각 지난달 말과 지난 17일 발의한 법안은 상정조차 안 됐다.

현재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체계는 기금 40조원에 맞춰 설계됐다. 지난 5월말 기준으로 497조원까지 불어난 기금을 운용하기에 맞지 않다는 공감대는 이미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운용수익률을 끌어올려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절박감은 누구나 갖고 있다. 기금 운용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연간 5조원 가까운 수익이 늘어나 보험료율을 2.5% 인상하는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정치권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안일주의가 팽배한 탓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야가 합의 도출이 어렵다는 핑계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회피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켜 공사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지만 야당은 공사화 추진 배경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정부와 여당이 국민의 노후 보장보다 5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기금에 딴 마음을 품고 있다는 의구심이 적잖다.

야당은 공사화 자체도 반대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성주, 이상직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기금운용본부를 별도의 공사로 분리하지 않는 쪽을 택하고 있다. 김성주 안은 공단 내 부이사장을 선임해 기금을 총괄하는 기금이사를 현재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또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여하는 정부 위원을 5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가입자 대표와 여성단체 대표, 공익 대표를 추가해 대표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운용의 전문성을 강조한 새누리당 방안과 차이가 있다.


이 의원도 기금운용본부를 그대로 두고 기금운용위를 손질하는 방안을 냈다. 운용위 위원 가운데 관계부처 차관 대신 정부 추천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가입자 대표 위원을 증원하는 내용이다.

전주를 지역구로 둔 김성주 의원 등 전북권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공사화 논의의 이면에 전주 이전을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정희수 의원의 개정안에 기금운용공사를 서울에 두는 내용이 담기면서 후폭풍이 적잖았다. 그나마 박윤옥 의원이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되 소재지를 전주에 둔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곧바로 발의하면서 협의의 발판이 마련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분위기가 매끄럽지 않다는 평이다.

국민연금법을 다룰 국회 복지위에는 김춘진 위원장(전북 부안·고창), 김성주 간사(전주 덕진)를 비롯해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전북 익산) 등 법률 통과를 위한 요충지마다 전북 출신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 야당의 이해가 절대적인 사안이라는 의미다.

기금운용본부 독립 문제는 올해가 ‘골든타임’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올해를 넘기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당별로 공천 정국이 시작되면서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법안들이 자동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는 20대 국회가 열려도 2016년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정치권의 관심을 받기가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미 국회의원들이 총선을 대비한 지역구 표밭 다지기에 몰두하면서 남은 국회 일정이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개편 시도는 2003년부터 계속돼 왔다. 2008년에는 정부가 발벗고 나섰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무산됐다. 한 관계자는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정치권의 무책임이 도를 넘었다는 얘기”라며 “일단 판이 깔린 만큼 19대 국회가 매듭을 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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