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 속 외국인 1700억 옵션매매 수익, 개인은 '눈물'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5.08.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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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200 급락에 외국인 나흘 만에 1770억 이익…개인에게 불리한 구조 문제

지난주부터 이어진 증시 폭락장 속에서 외국인들이 옵션매매로 17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인들은 큰 손실을 봐 옵션시장의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21일 이후 4거래일 동안 풋옵션 시장에서 1770억원 가량의 매매 차익을 냈다. 반면 개인들은 큰 폭의 손실을 입었다.



명암이 엇갈린 곳은 9월물 코스피200지수 풋옵션이다. 9월물 풋옵션 거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외국인들은 292억원의 풋옵션을 매수했다. 행사가 215풋 기준 1계약당 평균가격은 약 7만5000원(0.15*50만원)이었다.

외국인들은 풋옵션-매수 포지션의 유지했는데, 이 경우 코스피200지수가 변동이 없거나 오를 경우 손해를 본다. 반면 코스피200지수가 내려갈 경우에는 이익을 보게 되는데 보통 주식 하락을 대비한 헤지 성격으로 외국인들은 풋옵션-매수 포지션을 구축한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코스피200지수가 크게 떨어졌고 풋옵션 가격은 급등했다.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3배까지 높아졌는데 내재변동성이 높다는 것은 주가 하락 기대감에 풋옵션의 가격이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내재변동성이 극에 달했던 지난 24일 215풋의 가격은 248만원(4.96*50만원)까지 올랐다. 장중 한 때 357만원(7.15*5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자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외국인은 21, 24, 25일 3거래일간 1930억원 가량의 풋옵션을 팔았다. 292억원을 투자해 3일만에 1638억원을 회수한 것이다. 26일에도 136억원을 추가로 매도해 나흘만에 총 1773억원의 수익을 냈다. 싸게 사서 7배에 달하는 가격에 판 것이다.

문제는 개인들이다. 개인들은 외국인과 다르게 평소 풋옵션-매도 포지션을 유지하는데 이는 코스피200지수가 변동폭이 작거나 없거나 오를 경우 수익이 나서다. 문제는 풋옵션-매도 포지션의 경우 코스피200지수가 급락할 경우 손실이 무한정 커지는데 이번 경우가 그랬다.


외국인들이 지난 12~20일 풋옵션을 매수하는 동안 개인은 42억원어치의 매도 포지션을 구축했다.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풋옵션 가격이 뛰자 개인은 풋옵션 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증거금이 필요해졌다. 예컨대 7만5000원의 가격에 매도 포지션을 구축한 경우 24일 가격이 248만원으로 오르면 추가로 240만원 가량의 추가 증거금이 필요하다. 증거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개인들은 반대매매(매수)를 당하게 됐다.

21, 24, 25일간 개인들의 풋옵션 매수는 1870억원에 달하는데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매수가 반대매매로 이뤄진 것으로 본다. 사실상 파생계좌가 깡통계좌가 되는 것이다. 반대매매가 아닌 일부 신규 매수의 경우에도 26일 주가가 다시 상승 반전하면서 손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옵션시장에서 개인들의 거래 조건이 불리하다고 지적한다. 외국인과 기관은 거래 후에 증거금을 계산하는 사후 증거금 제도를 사용하는 반면 개인 고객들은 실시간으로 증거금을 납부해야만 거래가 가능하다. 이에 증거금 부족을 더 심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옵션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단 기간에 1700억원 가량의 이익을 낸 것은 정말 이례적인 경우"라며 "풋옵션에서 매도 포지션의 경우 주가가 급락하면 손실이 무한정 커지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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