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기술간담회, 가도 안가도 욕먹어…" 신경민의 고뇌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5.08.0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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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인터뷰]'국정원 해킹의혹' 선봉,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정보위원회 간사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정보위 간사. /사진=의원실 제공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정보위 간사. /사진=의원실 제공


"지금 선택지가 두 개잖아요. 국정원이 자료 안 주는 게 상수라면. 제일 좋은 건 자료 주고 기술간담회 가는 게 있지만 그게 힘들다면, 자료를 안 받고 가는 경우, 자료를 안 받고 안 가는 경우. 둘 중에 어디로 가도 욕은 먹습니다."

최근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 진상조사의 선봉에 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소속 신경민 정보위 간사는 4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6일 예정된 '기술간담회' 관련, 이 같이 고충을 토로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달 29일 민간인 전문가와 함께 국정원에 방문, 국정원 전문가들과 기술간담회를 갖기로 합의했지만 국정원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자 야당은 지난 5일 '조건부 불참' 카드를 꺼낸 상태다.

신 의원은 "(자료 없이 가면) 우린 '가서 보니 엉망이다' 하며 뛰어나올 수도 있고, '몇시간 봤더니 역시 우리가 의심했던 게 맞다'고 할 수도 있다. 저쪽에서는 '다 가서 해줬는데 몇 시간 보더니 별 거 없대'라고 서로 다른 얘길 할 것"이라며 "만약에 안 가면 안 간다고 역시 정쟁에만 몰두하는 야당이라고 할 것이다. 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프레임과 '종북 프레임'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술간담회로 여야 대치가 장기화되며 '해킹 정국'이 소강상태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신 의원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신 의원은 2012년 '국정원 대선개입' 특위활동과 정보위 활동을 통해 이번 싸움이 힘겨울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다만 자주 비교되는 '국정원 댓글사건'보다도 현재 상황이 좋지 않다고 했다.

신 의원은 "자꾸 국회의원이 그것도(해킹증거 제시) 못하냐고 욕을 하는데 국회의원은 못 한다. 한계가 있다"라며 "국정원 댓글 사건 땐 검찰이 수사해 검찰이 찾아낸 것이다. 채동욱 총장이 윤석렬 특별수사팀장 통해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최근 대법원이 원세훈 국정원장의 '대선개입'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했지만 수사과정에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결론은 그렇게 났지만 2심 판결이라는 기대하지 않았던 굉장히 법과 원칙에 충실한 판결을 받았다"며 "전 재판장도 모르고 기대도 안 했는데 우리 사법 풍토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또 윤석렬 수사팀이 그런 검찰 내부구조 속에서 획기적이고 존경할 만한 수사를 해낸 것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법원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건데 뚜렷한 법적 논리를 갖추지 못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이라는 칼을 들고 문 앞을 지키고 있으면 어떤 좋은 판결도 정의도 세울 수 없다"며 "MB의 업적 중 하나가 대법원의 보수화인데, 이렇게 대법원이 골목에 칼을 들고 지키고 있으면 민주주의는 그림책에나 존재하는 것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의원은 또 "형사소송법상 전문증거(hearsay·전해들은 증거)라는 게 있다. 제대로 된 검찰이라면 이것만 갖고도 수사에 착수해야 하는데 지금은 여러 간접적인 증거들이 있는데도 수사하지 않고, 공안과에 배당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이번 사건에 국민들의 관심을 끌 만한 '드라마틱한 요소'가 적은 것도 한계라고 밝혔다. 그는 "일반 대중은 자기에게 피해가 와야 느낀다. '난 그렇게 유명한 사람 아니니 나까지 해킹하겠어' 생각하는 것"이라며 "'댓글사건'은 대선 직후였고 경찰수사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김용판이란 용병이 나와서 권은희 수사과장과 드라마틱한 대립구조가 만들어졌고 그 뒤에 사이버사령부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은 채동욱도 없고, 법원이 은인자중하다가 갑자기 나타나 파기환송이라는 칼을 휘두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라며 "그나마 임 과장의 자살사건이 없었다면 국민들 관심이 벌써 식었을 텐데 그의 죽음으로 '뭔가 대단히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 거구나'라는 의혹이 눈앞에 보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그는 자신감은 잃지 않은 듯 했다. 신 의원은 "제보가 엄청나게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실무적인 기술에 대해 논리적으로, 상식을 바탕해서 싸우는 것"이라며 "국정원이 내가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에 반박을 못 한다. 완전 막무가내고 깔아뭉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당이 최근 '침묵'으로 전환한 것도 "나랑 말 해봐야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정보위를 비공개로 하는 것도 야당에게 굉장히 불리하다. 공개를 하면 우리가 논리적으로 이기기 때문에 여당이 함부로 얘기를 못한다"며 "빤하다. 이건 누가 봐도 국정원이 뭔가 나쁜 걸 한 건데 입증을 못할 뿐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국정원을 개혁하지 않고는 민주주의, 즉 선거와 삼권분립을 제대로 하고 국회 권한을 제대로 보장해주는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 국정원이 민주와 평화, 정의의 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며 "그러나 국정원 개혁은 여야가 합치하고 대통령이 뜻을 세우고 언론이 도와줘야 할 수 있는 대형작업"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야당이 국정원 개혁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그는 "안철수 위원장이 몇 가지 팩트를 갖고 있다. 나도 몇 가지 더 있다"며 "지금은 기술간담회를 정치간담회로 변질시키려는 시도를 막는 단계에 있는 거고, 현장검증이라는 고비가 있을 거다. 또 국감이 있고 예산이 있다.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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