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황산테러 피해아동 故 김태완 군의 가족과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4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를 골자로 한 태완이법(형사소송법 개정안)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지난 1999년 5월 대구의 한 골목길에서 6세 아동이 신원불상의 남성으로부터 황산테러를 당한 뒤 숨진 태완이사건은 사건당시 공소시효 15년을 지나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사진= 뉴스1
누군가는 호소문을 옆에 세우고 앉아 있고, 누군가는 지나가는 국회 출입자들에게 전단지를 돌린다. 그중엔 국회 직원들에게 유명한 욕쟁이 할아버지도 있다. 점심시간에 나타나 식사장소로 향하는 국회 직원들을 향해 한 두시간 동안 원색적인 욕이 섞인 불만에 가득찬 민원내용을 읇조린다. 신호등 앞에서 기다렸다가 신호 변경주기에 맞는 길이로 대사를 맞추기 때문에 듣기 싫어도 안 들을 수 없다.
대구황산테러사건 피해자인 김태완군 부모의 노력으로 일명 `태완이 법`이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다른 민원인들과 마찬가지로 태완군 부모 역시 처음엔 법적 절차를 따랐다. 그러나 증거부족으로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수사는 종결됐다.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은 기각됐고 재정신청 기각에 대한 재항고 역시 대법원서 기각됐다.
법원, 행정기관 민원실에 찾아가 민원을 제기하고 그래도 풀리지 않으면 국회의원실까지 찾아간다. `태완이법`은 국회의원실까지 잘 연결됐던 운 좋은 드문 경우다.
악성 민원인들은 가끔 지나친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이성을 잃어 담당 공무원들에게 기피대상이 되고 만다. 태완군 부모처럼 `성과`를 얻어내는 민원인은 극소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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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 스스로가 공무원생활을 오래 했음에도 가끔 보좌진들에게 이런 말로 꾸중한다.
“공무원같은 소리 하지마라”
지역에서 올라오는 민원 중에는 가끔 현행 법상 불가능한 `무리수`인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라도 공무원처럼 `법`과 `규정`만 따져선 안 된다는 얘기다. 불법만 아니라면 다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민원인의 얘기를 성의껏 들어주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란 취지다.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라는 엄청난 변화를 이끈 `태완이 사건`은 정작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종결됐다. 소급적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악성 민원인`이었던 태완군 부모가 수 십년간 법조계에선 불가능하다던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를 만들어냈다. 공무원의 민원 판단기준인 `법과 규정`은 `불변(不變)`이 아니다. 언제라도 바뀔 수 있는 기준이다.
`태완이법`통과가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