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반대 주주 25%에 불과…외국인도 엘리엇 '외면'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5.07.1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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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48,100원 ▲2,300 +5.0%)제일모직 (151,800원 ▼1,300 -0.85%) 합병이 출석주주의 69.53% 찬성으로 가결됐다. 당초 예상보다 비교적 손쉽게 삼성 측이 승리를 거뒀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합병 반대 표는 출석주주의 30.47%, 전체 주식수의 25.82%에 그쳤다. 이는 캐스팅보트로 여겨졌던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주주를 설득하는 데 엘리엇이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안건이 가결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계약 승인 안건에 전체 주식수의 84.73%에 해당하는 1억3235만5800주가 의결권을 행사했고, 출석주주의 69.53%(9202만3660주)가 찬성했다. 전체 주식수의 3분의 1, 출석 주식수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했다.



특히 합병 반대 주식수가 4033만2140주로 출석 주식의 30.47%, 전체 주식의 25.82%에 그쳤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엘리엇을 포함한 전체 외국인 지분율보다 약 8%포인트 낮은 수치다.

주총 전까지만 해도 삼성물산 의결권 주식 기준으로 엘리엇을 포함한 외국인투자자 지분율이 33.53%에 달했던 만큼 삼성물산 합병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았다. 더구나 ISS 등 주요 의결권 자문업체에서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예측에 더 힘이 실렸다.



엘리엇은 자체 보유지분 7.12%와 반대 의결권 행사 가능성이 높은 일성신약 2.2%, 메이슨캐피탈 2.2%, 캐나다연기금 0.21%, 네덜란드연기금 0.35%를 합쳐 약 12.08%를 확보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 같은 전망이 맞을 경우 이들을 제외하고 합병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지분율은 13.74%에 그친다. 국내 기관 대부분이 찬성했다고 가정할 경우 결국 다른 외국인투자자와 개인투자자를 모두 합쳐 13.74%만이 반대 표를 행사한 것이다.

엘리엇과 메이슨캐피탈, 네덜란드연기금, 캐나다연기금을 제외한 외국인 지분율 23.65%와 24.43%로 추정되는 개인투자자 지분으로부터 총 3분의 1에 해당하는 동의도 이끌어내지 못한 셈이다.


반대로 삼성물산은 외국인투자자와 소액주주로부터 예상보다 더 많은 합병 동의를 이끌어내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찬성 표를 획득했다.

당초 삼성물산 측은 40%가 조금 넘는 지분율을 확보한 것으로 여겨졌다. 최대주주측 13.82%, KCC 5.96%에 국민연금 11.21%를 합쳐 30.99%를 우선적으로 확보했다. 여기에 국내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기관투자자와 연기금, 우본, 지자체 지분 약 11.05%도 대체로 찬성 측으로 분류됐다. 모두 합치면 41.59%다.

삼성 측은 41.59%보다 17.32%포인트 더 많은 의결권을 확보했다. 결국 표심의 향방을 가늠하기 힘들었던 외국인투자자와 개인투자자로부터 20% 가까운 수준의 찬성 표를 추가로 이끌어낸 셈이다.

이는 결국 삼성물산의 적극적인 시장과 소통, 제일모직과 시너지 강화 홍보, 주주친화 정책 제고를 비롯한 노력이 이끌어낸 성과다.

특히 삼성물산 임직원들은 소액주주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합병의 당위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한 번 거절한 주주를 또 찾아가기도 했고 주식수가 그리 많지 않은 주주도 찾아갔다. 임원급 인사들은 외국인 투자자와 접촉,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섰다.

또 합병이 무산될 경우 제일모직과 합병을 재추진하지 않겠다는 '배수의 진' 전략도 삼성물산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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