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통과' 패배한 엘리엇 다음 행보는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김도윤 기자 2015.07.1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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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전 등 반격 나설까..차익 실현 기회 노릴 듯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결정되면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엘리엇측은 17일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 주주총회가 끝난 뒤 “수많은 독립주주들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합병안이 승인돼 실망스럽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추후 합병 무효 소송 등 반격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압도적 패배 엘리엇..소송전 나설까=엘리엇은 이미 지난 6월19일 삼성물산 합병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주총에서 불공정한 비율로 합병을 승인한 뒤 합병 무효 소송이 제기되면 무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합병안이 통과될 경우 무효 소송을 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을 공격하는 주요 수단으로 소송을 적극 활용해왔다. 주총 전에 삼성물산 주총 금지와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이 무효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하자 곧바로 대법원에 재항고장을 제출했다. 지금까지 행보를 봤을 때 합병 무효 소송도 당연히 제기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상법 236조에 따르면 주주는 합병 등기가 있는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합병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엘리엇이 합병 무효 소송을 내더라도 무효 판결이 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삼성물산이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산정된 합병비율로 합병을 추진했고 앞서 가처분 소송에서도 합병비율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산정된 것이란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ISD(투자자-국가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나온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과 정책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국제 중재를 통해 손해 배상을 받는 제도다. 엘리엇은 과거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한 적이 있다.

반면 엘리엇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2~3년간 소요되는 시간과 막대한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추가로 소송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지배구조원 관계자는 “합병비율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해진 만큼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를 차별대우한다고 볼 수 없어 ISD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차익 실현..방법은?=합병에 반대한 만큼 엘리엇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매수 청구가격이 5만7234원으로 이날 종가 6만2100원 대비 10% 이상 낮기 때문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매수 청구가격은 엘리엇은 삼성물산 매입단가보다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엘리엇은 지난 6월4일 5% 이상 지분 보유 공시를 통해 지난 6월3일에 삼성물산 주식 339만3148주(2.17%)를 주당 6만3560원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엘리엇이 그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5% 미만의 주식 773만2779주(4.95%)에 대해선 매입 시점과 단가를 확인할 수 없다. 다만 헤지펀드의 특성상 주식 취득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5만원대 중반에서 6만원대 초반 사이에서 주식을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전체 평균 매입단가는 6만원 초반선으로 추정된다. 6만원으로 가정했을 경우 현재까지 수익률은 3.5% 수준이다. 이날 삼성물산 주가가 합병 통과 이후 전날 대비 10.4% 급락하면서 평가 차익도 크게 줄었다.

따라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이익의 극대화에 초점을 둔 헤지펀드 특성상 최대한 잡음을 이끌어내며 주가 상승 이벤트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승소 가능성이 없더라도 소송으로 계속 관심을 유도하면서 삼성측에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엘리엇과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며 “합병 이후 엘리엇의 보유지분율은 2%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계속 삼성을 괴롭힐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특히 이사진 교체 등을 내세워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경영권 분쟁 스토리로 끌고 나가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합병 이후 주가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지분을 추가 매입해 이사 선임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헤지펀드의 투자 전략 등을 감안하면 엘리엇이 단기에 지분을 매도하고 나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경영권 분쟁 관련 이슈를 만들어내며 주가를 끌어올리거나 삼성측에 높은 값에 지분 매입을 요구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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