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 표결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이겼지만 상처는 컸다. 40여일간 주주 설득 작업을 위해 삼성물산 경영진은 정상 업무를 못했고 직원들까지 주주 설득에 나서 기업 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실제 학계에서도 주주가치를 높이는 경영진의 경영권을 보호해주고 단기 수익만 노리는 투기 자본을 배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정갑윤 의원(새누리당)이 포이즌필(신수인수선택권)과 차등의결권 도입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키로 하는 등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미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 등 20개국이 도입한 제도다. 미국은 1982년부터 법률상 근거나 정관 규정 없이도 이사회 권한으로 결정한다.
일본은 2005년 신주 예약권 형태로 도입해 이사회나 주총에서 결정토록 한다. 프랑스는 2006년 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상법을 개정해 이사회에 발행 권한을 위임했다. 다만 발행할 신주의 최대수량은 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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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즌필은 기업입장에서 비용을 아끼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지만 자칫 무능한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긴 하다. '미디어 재벌'로 불리는 루퍼트 머독이 운용하는 뉴스코프는 얼마 전 포이즌 필을 경영권 세습에 악용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손쉽게 적대적 M&A 등 경영권 위협 시도를 방어할 수 있지만 대주주 등 차등의결권 보유 주주의 권한이 지나치게 막강해질 우려가 있어 그동안에는 도입되지 못했다. '1주1표'라는 관념이 강한 만큼 이를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일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장기투자자에게 자동으로 부여하는 방법이 현실적 대안으로 꼽히기도 한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프랑스는 상장사가 정관 개정으로 2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경우 2표의 의결권을 부여한다"며 "우리나라도 상장기업은 이 같은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