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시 "폭락 자체보다 금융시스템 위기 걱정할 때"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2015.07.09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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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상하이지수 시가 7% 폭락, 반대매매가 주 배경일 듯…거래중단 사상 최대도 또다른 리스크 가능성

리커창 국무원 총리까지 나서 하반기 경제 성장을 확신하며 경제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이를 전혀 믿지 않고 있다. 적어도 최근 17거래일만에 30% 이상 빠진 상하이종합지수가 이런 불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중국 정부는 A증시 폭락 자체보다는 그 후폭풍을 더 걱정해야 할 처지다. 신용거래 반대매매가 부른 개인이나 기업의 도산과 금융시스템으로의 위기 전염 같은 문제다.

8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507.19로 마감하며 전일대비 5.90% 하락했고, 선전성분지수는 11040.89로 장을 끝내며 2.94% 떨어졌다.



A증시의 답답한 흐름은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장중에 인민은행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며 긴급 발표에 나섰고, 국영기업 대표들도 주식을 팔지 않고 주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공동 선언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특히 이날 장 시작과 동시에 -6.97%를 찍은 상하이지수는 뼈 아프다. 시가가 이처럼 폭락한 것은 이번 17거래일 급락장에서 처음 보이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가 급락으로 이날 장 시작과 함께 반대매매가 쏟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신용거래로 구입한 주식의 주가가 담보비율 이하로 떨어졌을 때 이뤄지는 반대매매는 통상 장 시작과 동시에 이뤄진다. 이제 A증시가 반대매매의 위협에 본격 노출됐음을 알리는 암울한 신호다.



이미 지난 5월 이후 신용거래로 주식을 산 사람들은 상당 부분 반대매매에 노출됐다. 이날 또 한번의 급락으로 이제 지난 4월 이후 신용거래 투자에 나선 사람들도 반대매매에 몰린 상태다. 현재 A증시의 신용거래 주식 투자금액은 2조 위안으로 알려졌는데 이중 1조 위안이 넘는 자금은 제3금융권에서 흘러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3금융권 A사의 경우 최근 3주간 신용거래 전체 금액의 40%인 8000만 위안이 반대매매로 청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제3 금융기관들도 수백 만 위안에서 수 천만 위안의 반대매매 청산이 있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반대매매는 개인과 기업들을 막론하고 대규모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를 부를 수 있다. 특히 주식 담보대출 비중이 큰 기업들이 도산할 경우 제3금융권 시스템은 물론 중국 경제 전반에도 심각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날 하락으로 상하이지수는 200일 이동평균선(3417)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 지지선까지 무너지면 주가는 지난해 12월 수준으로 회귀한다. 대부분의 신용거래 투자가 올 들어 급증한 것을 감안할 때 2조 위안의 뇌관이 A증시 전반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 대책을 믿지 않는 시장은 아예 거래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고 있다. 이날 중국 언론은 A증시 개장 이래 최대 규모인 1400여개 종목이 거래 중단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는 전체 상장종목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중국 증시는 상장기업 내부적으로 중대 사안이 발생했을 때 주식 거래 중단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거래중단 신청의 진짜 속내는 반대매매와 주가 폭락을 피해 보려는 자구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거래 중단이 나중에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거래 중단이 유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고, 거래 중단을 하지 않은 종목들의 급락 부담을 키울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거래 중단으로 소나기는 피하더라도 다시 거래가 재개되면 한꺼번에 하락 압력이 더해지며 반대매매가 쏟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백약이 무효인 이번 급락장의 또 다른 리스크가 한 켠에서 서서히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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