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기업 경영권 방어…'박영선法' 발의, '박근혜法' 이미 발효

머니투데이 이현수, 이상배 기자 2015.07.0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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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핵심기업 경영권 보호, 한국판 '엑슨-플로리오법'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진=뉴스1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진=뉴스1


삼성물산이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 타깃이 된 가운데 국회 차원에서도 국가 핵심기업을 외국계 자본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한국판 '엑슨-플로리오법'(Exon-Florio Amendment)이 발의되는 등 경영권 보호를 위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그동안 '삼성 저격수'로 불렸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결과적으로 삼성의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법안을 내놨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관이 외국인의 M&A(인수합병) 대상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발의한 법안도 이미 발효중이다.



8일 국회에 따르면 박 의원은 최근 국가 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 외국인의 투자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외국인투자 촉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현미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의원 10명이 공동발의했다.

개정안은 정부가 외국인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사유에 '대한민국 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를 추가했다. 또 외국인투자위원회에서 외국인투자 제한사유 해당 여부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도록 했다.



박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삼성물산이나 제일모직이 국가의 중요한 기간산업은 아니지만, 확대해석할 수는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의 중요 기업들이 대부분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는데, 순환출자구조 해소까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국가가 보호해줄 수 있는 수단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법에도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외국계 자본의 인수·합병(M&A)을 막거나 원상회복시킬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의2에 따르면 국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관은 외국인의 M&A 대상이 될 경우 지체없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이에 산업부 장관은 국가핵심기술의 유출이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M&A 등에 대해 중지·금지·원상회복 등의 조치를 명할 수 있다.


이 조항은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1년 2월 대표발의한 개정안의 내용이 대안으로 합쳐져 그해 6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입법화됐다. 박 대통령은 당시 "인수·합병 등을 통한 국가핵심기술의 유출방지 곤란 등 현행 법률에 나타난 미비점에 대해 개선·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현행 법률은 외국계 자본으로부터의 보호 대상을 '국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관'으로 규정한 반면 박 의원의 법안은 '대한민국 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로 대상을 더욱 폭넓게 규정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편 미국에선 국가 안보를 위해 대통령이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엑슨-플로리오법'이 시행되고 있다. 1988년 제임스 엑슨 의원과 제임스 플로리오 의원의 발의로 입법화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법에 따르면 대미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외국인 투자나 M&A를 검토해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은 15일 이내 M&A를 중단시킬 수 있다. 입법 당시에는 일본계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를 견제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지금은 중국계 기업의 진출을 규제하는 목적으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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