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장 잃고 상표권 얻으면 뭐하나?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5.05.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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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마유크림 상표권 분쟁, 지나친 '여론전' 보다 '품질'에 주목해야

[기자수첩]시장 잃고 상표권 얻으면 뭐하나?


"상표권 잡으려다 시장을 잃을 수 있습니다"

한 화장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서로를 '짝퉁'으로 깎아내리는 가운데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제품 자체에 대한 불신이 싹트고 있다"며 이 같이 우려했다. 최근 마유크림(말기름 성분 크림) '게리쏭9컴플렉스' 상표권을 두고 '클레어스코리아'와 '에스비마케팅' 간에 벌어진 분쟁에 관한 지적이다.

분쟁의 내용은 이렇다. 클레어스코리아와 에스비마케팅은 업무상 제휴를 맺고 지난해 2월 '게리쏭9컴플렉스'를 홈쇼핑을 통해 출시했다. 지난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불티나게 팔리며 중국 관련 매출만 1000억원 가량을 올리자 클레어스코리아는 '게리쏭9컴플렉스' 상표권을 단독으로 출원했다. 양 사는 상표권을 둘러싼 법정 공방을 시작했다. 이에 더해 올 들어서는 스스로 원조라는 여론전 까지 벌이고 있다.



급성장하는 브랜드의 소유권은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인 것은 당연하다. 법정 공방을 벌이는 것 까지도 인지상정이다. 문제는 다른 한 쪽을 '모조품'이라고 깎아내리는 이전투구식의 여론전이다. 특히 이 같은 여론전은 '마유크림'의 핵심 성분인 '마유'와 관련해 두 업체 어디에도 '원조'임을 표방할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소모적이다.

보습뿐 아니라 피부 진정과 재생, 상처 회복에도 좋다는 마유크림의 효능은 '마유' 함량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 업계 통설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마유크림의 마유 성분은 대부분 일본과 독일에서 들여오는데 제품에 정확한 마유 함량이 누락돼 있다. 두 업체의 마유크림도 이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일본 '롤랜드'사의 '로시' 마유크림이 '홋카이도산 마유 100%'를 앞세워 '게리쏭9컴플렉스' 못잖은 인기를 누리는 점과 차이가 있다.



중국시장에서 '게리쏭9컴플렉스'의 인기는 '마유크림' 본연의 품질 보다는 스타마케팅과 '한류'에 기댄 부분이 크다는 것이 업계 평이다. 바꿔 말하면 장기적으로 자칫 한류가 사라지고 중국 소비자들이 '품질'로 제품을 보기 시작할 때 지금의 인기는 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상표권을 둘러싼 서로 상처내기식의 여론전은 언제 사그라들지 모를 한국산 마유크림의 인기 수명을 더욱 단축시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 양 사가 신경써야 할 것은 눈 앞의 상표권이 아닌 '품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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