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통신비 인하 압박'…소비자 만족도 왜 낮을까?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15.04.27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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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응 못받는 '생색내기'식 정책·法 발의 …통신산업과 요금체계 충분한 고찰 필요

정부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제도’의 할인율과 지원금 상한선을 올렸다. 야당 측에선 ‘4.29 재보궐선거’를 앞둔 정치적 행위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통신비 부담 경감’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는 해석이다.
이를 비판하던 야당의원들은 이에 질세라 더 쌘 카드를 들었다.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한편, 국회 토론회를 잇달아 개최해 통신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추진과 국회 논의가 통신산업 발전방향과 현재 통신요금 체계에 대한 중장기적 안목을 전제로 했다면 ‘포퓰리즘’식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올 리가 없다.



‘가계 통신비’ 문제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 총선 등 선거철마다 반복돼온 ‘단골 공약 소재’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내세웠던 ‘통신비 20% 인하’ 정책이 대표적이다. 초 단위 요금제 도입, 가입지 및 문자서비스(SMS) 요금인하 등의 정책을 추진하며 임기 내내 요금인하에 매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기야 2011년 업계 반발에도 일괄적인 이동통신 기본료 인하(1000원+SMS 50건)를 관철했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기본료 인하로 이통 3사의 무선 매출은 연간 6000억 원이 한꺼번에 감소했음에도 이용자들은 ‘고작 1000원 싸졌냐’는 푸념 일색이었다.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세웠던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 공약도 실현됐다. 하지만 통신비 인하 효과를 체감하는 국민들은 별로 없다. 반면 통신사들은 매년 4000억원 이상의 수익이 줄게 됐다.

인위적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이 이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이동통신 산업과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충분한 고찰과 이에 따른 가계통신비 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꼽는다.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맞아 이동전화 서비스는 ‘데이터’가 주를 차지한다. 휴대폰은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넘어 문화·업무·생활 도구로 진화했다. ‘단말기’ 자체가 통신 서비스를 선택하는 핵심 기준이 돼 버린 지도 오래다. 가계통신비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절대적이다.


그럼에도 정치권 및 정부의 통신비 인하대책은 여전히 요금에만 매달리고 있다. 월 통신 서비스 이용료를 일괄적으로 얼마 깎아 준다 해도 이용자 반응은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어떤 단말기와 요금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요금수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줄어든 요금보다 더 사용하는 소비 행태도 크게 작용한다.

소비자들의 체감도가 낮음에도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통제에 매달리는 부작용은 기업에 고스란히 돌아간다. 가령, 작년 이통 3사의 영업이익(약 2조1000억원)을 전제로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5조4000억 원 수준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후방 장비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국내 무선 트래픽은 롱텀에볼루션(LTE) 도입 이후 급증해 지난해 기준 129만363TB(테라바이트)에 달한다. 2012년 대비 150%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이통 3사의 서비스 매출은 9% 증가 하는데 그쳤다. 데이터 사용 증가가 이통사 수익창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ICT 산업의 선순환과 발전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 정책으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현실화되면 오히려 기존 음성통화 요금은 폭넓게 내려갈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 업계에서는 정부가 인위적 가격통제에 매달리기 보다 다양한 서비스 및 요금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신 시장이 이미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가 융합한 스마트 생태계로 진화했음을 고려해 네트워크 시장에 대한 편향된 규제 틀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토론회에서 “현재 국내에서 사업자간 네거티브 선전에 따른 비효율적 규제 정책만을 촉발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C·P·N·D 규제 일원화를 위한 ‘ICT 선진화법(가칭)’을 발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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