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요리 'zavinac'. @도 같은 이름으로 불립니다. /사진=위키피디아
#2. 인터넷 기사를 읽으면 댓글을 달거나 보게 됩니다. 그런데 댓글? 예전엔 '리플(reply를 줄여 만든 말)'이라고 많이 했는데…. 이는 국립국어원의 말 순화 노력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물론 포털 사이트들과 사용자들의 공감, 협조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런 사례, 마치 펩시콜라가 코카콜라를 제친 것 같다고 할까요. 찾기 쉽지 않습니다. 한번 널리 쓰이게 된 말은 다른 말로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국내에선 1990년대 후반부터 이메일이 널리 쓰였는데요. 만약 요즘에 이메일 문화가 퍼졌다면, 우린 @에 골뱅이와 같은 이름을 붙였을까요? 아니면 '앳(at)'이라고 했을까요?
외래어는 나쁜 말이 아닙니다. 국내에 없던 물건이나 개념을 나타내는 말이라면 자연스레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컴퓨터, 버스, 볼펜 등을 지금 와서 바꾸는 것은 쉽지도 않고 의미도 작습니다. 말 순화를 오랫동안 해온 국립국어원도 마찬가지 입장입니다. 김문오 공공언어과 학예연구관은 "쉬운 말로 쓰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순화된 말에 외래어가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한 지자체 하천 산책로에 있는 안내판.
뜻 모를 한자어가 많이 나오는 법원 판결문이나 금융상품 약관에 답답함을 느끼듯이, 외래어가 과도한 것은 누군가에겐 불편한 일입니다. 한자(한자어)가 한글보다 고상하다는 수백년 편견이 아직 남아있다면, 영어가 더 세련됐다는 편견은 이제 커져가는 중일지 모릅니다.
외래어 순화 사례 중 '레시피→조리법'이 있습니다. 요리사와 같은 듯 달리 들리는 '셰프'의 레시피가 조리법으로 불리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앞서 말했듯 말을 바꾸는 게 쉽지 않으니 말이죠.
이 시각 인기 뉴스
1995년 8월 국민학교라는 명칭이 초등학교로 바뀌었습니다. 어린 시절 국민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아쉬웠지만 '초등학교'가 자리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요. 우리가 쉽게 접하는 공공기관이나 사물의 이름에 우리말을 좀 더 반영했으면 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동사무소·파출소가 주민센터·치안센터가 된 것은, 고속철도가 KTX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은 그래서 아쉽습니다.
서울 광화문 '한글가온길'에서 만난 간판들. 다른 지점과 달리 한글을 우선 표기해 눈길을 끕니다.
외래어를 순화한 말을 보면 어색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제안된 순화어가 대중에게 다 받아들여지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그런 노력 자체를 깎아내리진 말았으면 합니다.
오늘의 문제는 '거꾸로' 내봅니다. 다음 말을 외래어로 하면 무엇일까요?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1. 땅꺼짐
2. 칠판펜
3. 살얼음
4. 허벅지 뒷근육